태안 주민, 삼성重 항의방문...언론은 '침묵'

보도요청에도 대다수 언론 격앙된 지역분위기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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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주민들이 언론보도에 불만이 많습니다.”

충청지역 일간지를 인터뷰한 결과 태안 주민들이 삼성에 대한 주민 분노를 외면하는 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신문에 따르면 지난 14일 충남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를 비관해 숨진 고 이영권씨의 장례식장에서는 ‘사과 조차’ 없는 삼성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고 한다.

“삼성은 사과하라”는 성명도 나왔고 “언론들이 주민들의 삼성에 대한 분노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를 보도한 중앙 언론사는 한겨레와 경향 정도에 불과했다. 주요 일간지들이 유독 ‘삼성’ 관련 기사거리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대전일보 이석호 기자는 “삼성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무서울 정도”라며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대전 특별취재팀은 주민들의 반응을 전한 르포 기사에서 “‘삼성 미술품 팔아 태안 굴밭 살려내라’ ‘죽음으로 항거한 고인의 뜻을 기억하라’ 등 삼성과 검찰, 정부를 비난하는 구호가 적힌 만장 2백여개가 물결을 이뤘다”는 등 격앙된 지역 분위기를 전하는 보도를 속속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7일자 르포 ‘‘검은 재앙’ 그 후 한달의 기적’에서도 태안주민들의 분노는 여실히 배제돼 있었다.

지난 10일에도 충남·전북·전남·제주도 지역 어민들이 처음으로 삼성중공업을 항의 방문했지만 주요일간지들은 온라인에 조차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구 수협중앙회장과 어민 대표들은 이날 박영헌 삼성중공업 부사장을 만나 ‘전국 수산업협동조합장 일동’ 명의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사고원인 및 책임 규명 △사고해역 원상 회복을 위한 조처 △피해 어업인을 위한 배상 및 지원 계획을 밝힐 것 등을 요구했다.

기름유출 사고 후 최초로 삼성의 도의적 책임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기사화한 언론은 한겨레 1곳에 불과했다.

수협중앙회 홍보팀은 “항의방문에 앞서 주요 일간지들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보도를 요청했다”며 “당시 많은 매체의 취재가 있었지만 보도된 곳은 한두 군데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날 조선 중앙 동아 등을 비롯한 주요일간지 기자들이 대거 취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기자는 “조중동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들이 자리에 있었다”며 “보도가 나가지 않은 것은 각 사 데스크마다 보도 가치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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