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홍보라인! '선수'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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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송년호와 신년호 두 번에 걸친 편집위원회의 글을 통해 노무현정부 4년의 언론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적 담론을 담아내고자 한다.

청와대의 언론홍보는 정말 잘 되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기자들은 일언지하에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정부와 언론간에 신뢰(Trust)가 깨졌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시스템에 의한 홍보를 하겠다며 국정브리핑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끊임없이 의견을 밝혀왔다. 하지만 그 때마다 크고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신문사에 “차라리 백지를 내라”고 요구하는 글귀에 해당언론사는 물론 언론계 종사자들에게 심한 반발을 샀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의 일부 보도에 대해 ‘하이에나’라고 비유한 것은 동물적인 비하표현을 넘어 쌍스럽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청와대 모 수석이 쓴 “혁신을 보려면 북악(청와대 노대통령)을 보라”는 표현은 청와대 비서진들이 너무 오버한다는 비판으로 되돌아갔다. 이 글이 과연 국민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인지, 아니면 노 대통령만 보라고 쓴 글인지 글쓴이는 가슴에 손을 얻고 되돌아보라는 충고로 이어졌다.

청와대의 언론홍보는 비단 정치 사회문제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버블 세븐’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 또한 부동산정책실패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부동산시장의 수요와 공급논리에 접근하지 못한 채 홍보에만 집착, 이들 지역의 부동산값만 올려 놓은 결과를 낳았다. 이 사례는 대표적인 아마추어적인 정책홍보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는 분명 사실에 기초한 진지한 대화나 토론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거칠게 반박하는 글로 갈등을 키웠던 측면이 많다. 또 언론사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키기보다는 먼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경우도 많았다. 청와대는 구체적으로 각 부처별로 언론보도 대응건수를 챙기면서 독려까지 했다.

집권 4년. 청와대는 스스로 사면초가 상황을 만들고 있다. 정권초기부터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에 대해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정치 플레이어’로 지목한데 이어 최근에는 진보적 매체로 분류돼 온 언론사들까지 질타하면서 일반 언론사들까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이런 것이 노 대통령이 그렇게 자랑해온 시스템에 의한 홍보이자 언론개혁의 결과인가? 다시 말하지만 노대통령이 자랑하던 시스템홍보는 지난 4년간 그다지 성과가 없었다.

노 대통령이 그 나마 남은 마지막 1년을 잘 마무리 하려면 기존 언론관부터 고쳐야 한다. 언론은 적이 아니다. 언론이 사회의 진실을 밝혀내고 망망대해에서 앞길을 알려 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임을 인정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먼저 이 같은 인식전환을 하고 세부적으로 고칠 것은 고쳐나가야 한다.

한국일보 출신인 신임 윤승용 홍보수석은 지난 15일 “언론계 선배대접 해 달라는 게 아니라 각자 입장에서 정도를 걷는 페어플레이를 하자”며 “취재시스템을 고칠게 있으면 절차를 밟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기대하는 기자들은 많지 않다. 노대통령의 언론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신임 홍보수석의 역량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청와대 홍보수석실 당국자들도 책상과 인터넷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언론사들이 있는 세종로 여의도 신문로로 나와야 한다. 특히 ‘선수’를 다루려면 홍보라인이 먼저 ‘선수’가 돼야 한다. 바로 그 ‘선수’가 돼서 기자들과 쓴 소주잔이라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정부정책이나 각종 국정현안을 학습시킬 수 있다.

나아가 청와대브리핑의 글에서 더 이상 독향(毒香)이 나지 않아야 한다. 기자들이 원하는 것은 건강한 긴장관계를 느낄 수 있는 ‘상서로운 향’이다.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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