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제왕' '밤의 대통령'등 언론사주 무소불위 단면 보여

언론계 뒷얘기를 담은 ‘잠망경’이 기자협회보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은 88년 5월 27일. 잠망경을 통해 지난 10여년간 우리 언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미숙한 노사관계 반영 비화 많아

○…언론사에 노조가 속속 만들어지던 초창기 잠망경에는 미숙한 노사 관계에 대한 비화들이 많이 실려있다. 경향신문 회사측의 모 위원이 선후배 간담회도 아닌 단체교섭에서 반말을 해 빈축(88.5.27). 매일경제신문의 모 국장은 노조에 가입한 여사원에게 “다른 회사에 자리 마련했냐”고 비아냥거렸다(88.6.3). 강영구 MBC 보도국장이 6월 전격 경질되자 “노조활동을 적극 막지 못했다”는 문책인사라는 인상이 강했다(88.7.1). 동아일보 모 부장은 사석에서 “88올림픽 이후에는 노조를 싸그리 잡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88.8.26).



신생지 창간 붐…스카우트 열풍

○…언론사간 스카우트 바람이 한창이던 90년대 후반으로부터 10여년 전인 80년대 후반에도 스카우트 열풍이 불었다. 90년대 후반의 스카우트 열풍이 벤처로의 이직에 따른 것이라면 그 때는 한겨레, 세계일보, 배달신문 등 신생 신문사들이 생겼기 때문. “오늘은 누가 떠나갈까”(88.6.17). 연합통신 친목모임인 연우회에서 7기 수습기자 환영회를 열고 “부디 떠나지 말고 서로 합심하자”면서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다(88.7.1). 그러나 기자협회 다음호 잠망경은 당시 연합통신이 87년 말부터 총 42명의 기자를 신생언론사에 빼앗겼다고 전하고 있다(88.7.15).



“기자들 몸조심합시다”

○…“기자들 몸조심합시다.” 88년 10월 7일자 잠망경에 따르면 최근 기자들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빈번한 가운데 공화당 소속 한 국회의원이 중부일보 창간 1개월 자축연 자리에서 사회부장에게 “당신이 노조를 조직하는 게 아니냐”며 술잔과 재떨이를 집어던지고 말리던 편집국장의 손가락을 물었다는 후문.



‘언론사주는 정국의 제왕’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언론사주들이 88년에는 ‘80년도 언론 대학살’ 청문회로 한차례 이목을 집중시켰다.

88년 11월 11일자 잠망경은 자사 발행인들을 청문회 증인에서 빼달라는 언론사의 로비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한달 뒤인 12월 16일자 ‘언론사주는 제왕’ 제하 기사는 당시 청문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언론사주들의 청문회 증언을 시청한 기자들은 “언론사주는여소야대 정국의 제왕”이라고 한마디씩 했다. 국회의원들이 질문도 제대로 못하고 신문이 끝나자 증인석으로 찾아가 공손히 인사하는 광경을 연출했기 때문이라고.



‘힐라공화국 수칙’…언론인 반성 촉구

○…“가십으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게 하라. 주는 것은 받고 쓸 것은 쓰지 말라. 객관보다 주관을 존중하라. 기사는 발로 쓰는 것이 아니다. 의문은 버려라”

이른바 ‘청개구리 언론수칙’이 언론전문지 ‘저널리즘비평’에 게재돼 재미를 주고 있다. ‘힐라공화국의 언론수칙 11조’라는 이 글의 저자인 유재천 교수는 글의 마지막에 “힐라는 청개구리의 학명이며, 힐라공화국 신문협회가 이같은 언론수칙을 제정한 뜻은 그래서 알 만하다”며 은근히 현직 언론인들의 반성을 촉구했다(91.3.29).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92년 2월 12일자에는 조선일보의 이색적인 촌지 얘기가 실렸다. 방상훈 조선일보 발행인이 연말 촌지를 거부한 경찰팀과 민자당팀에게 특별 격려금으로 100만원씩을 쾌척했던 것. 잠망경은 “촌지 거부를 격려하는 촌지”라고 표현.

조선일보 방일영 회장이 ‘밤의 대통령’으로 처음 불려지는 상황도 잠망경은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방일영 조선일보 회장의 고희연에서 당시 스포츠조선 사장이 축하인사를 통해 “회장님을 남산으로 부르고 싶다”며 “낮의 대통령은 여러분이 계셨지만 밤의 대통령은 오로지 회장님 한분이셨다” “태평로 1가의 낙락장송이셨다”고 말했다(92.11.26).



김병관 회장,‘대왕대비 마마’와 조우

○…잠망경의 단골 메뉴 중 하나는 술에 얽힌 이야기. 99년 9월 13일자 잠망경은 “김병관 회장의 주사가 다시 화제”라며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지난달 27일 오후 낮술로 불콰해진 김 회장이 편집국에 들렀다가 인터뷰차 방문한 탤런트 채시라씨와 조우. KBS ‘왕과 비’에 출연한 채씨를 향한 김 회장의 첫 마디는 “대왕대비 마마”였다. 이어 몸을 제대로 못가누는 김 회장이 채씨에게 기념사진 촬영을 요구하면서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의 주사도 한때 구설에 올랐다. 국민신당 당원들이 조선일보 사옥에서 항의시위를 하던 밤에 갑자기 술에 취해 나타난 김 주필이 “니네들 뭐하는 거야. 내일 모레면 끝이야. 국민회의·국민신당 너희는 싹 죽어. 까불지마”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97.12.20).

기자들의 음주문화에 대한얘기도 여럿. 한국경제신문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국제부 기자 1명을 포함해 3명의 직원에 대해 감봉 3개월에서 견책까지 했다(93.5.7). 한 경제신문기자는 연말에 출입처 사람들과 송별회를 갖고 헤어졌는데 두개골이 함몰되고 얼굴이 심하게 상한 채 길거리에서 발견됐다(96. 12. 21). 박주선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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