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아들을 잃은 엄마는 맨발이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날. 회사 문 앞에 주저앉아 단식 농성을 하던 고 박정현씨 어머니의 처연한 그 발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유가족은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진실을 밝혀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취재팀이 경찰 보고서, 부검감정서를 입수해 분석해 봤더니 곳곳이 허점이었습니다. 엉터리 조사 끝에 나온 결론은 ‘회사 책임 없음’, ‘개인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
방송 이후 다시 열린 산재 심의에서 박정현씨의 죽음은 산업 재해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사망 1년9개월 만입니다. 유가족은 ‘이제 정현이를 하늘나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늦었지만 참 다행스러운 일이나, 부실한 정부 조사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일찍 첫 출근을 하는 이들이 부디 안전하기를, 더 이상 귀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취재했습니다.
‘기레기’라는 말에 이어서 ‘재래식 언론’이라는 말까지 나온 세상에서 기자는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할까, 무력감에 시달릴 때가 있습니다. 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치열하게, 성실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지치지 말고, 더 잘하라는 격려를 담아주신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은 주제를 1시간짜리 다큐로 만들 수 있었던 건 촬영기자, 편집감독, 조연출, 리서처, 그래픽감독, 음악감독 덕분입니다. 밤새 고생을 함께 해주신 <시사기획 창> 제작팀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엄마가 바빠서 늦게 오는 날에도 씩씩하게 잘 버텨준 5살 ‘이태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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