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제주항공 참사 유족의 절규

[제427회 이달의 기자상] 하상윤 한국일보 기자 / 사진보도부문

하상윤 한국일보 기자.

검은 천막이 걷히고 15개월간 방치되어 있던 대형 마대자루가 열리던 순간이 생생합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당국이 속도전 하듯 내놓은 ‘99% 수습 완료’라는 발표가 무색하게도, 그곳엔 여전히 수습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안개가 짙은 날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뿌연 현장에서 가장 명확했던 건 마대자루가 열릴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유족의 곡소리였고, 그 울음을 따라간 곳엔 희생자의 고스란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다 타버려 남은 게 없다던 당국의 설명은 하나둘 열린 포대 앞에서 힘을 잃었습니다. 곰팡내 자욱한 현장에서는 떠난 이들의 물건이 온전한 형태로 쏟아져 나왔고, 그들의 유해가 줄지어 발견됐습니다. “썩은 마대자루 속에서 우리 부모가 나오고 있다”는 절규는 현장을 떠난 뒤에도 한참을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것은 99%라는 행정적 수치가 결코 가릴 수 없는 진실의 실체였습니다. 또한 행여 가족의 흔적을 밟을까 두려워 바닥만 쳐다보고 걷는 습관이 생겼다는 유족들의 굽은 등은, 허술한 국가 시스템이 빚어낸 2차 가해의 증거였습니다. 5주 동안 서울과 무안을 오가며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제 렌즈의 끈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뭐라도’의 심정으로 현장에 남아 있었습니다. 여전히 공항 대합실에서 한뎃잠을 자고, 여전히 거리에서 눈물짓고, 여전히 굽은 등으로 흙바닥에서 가족의 뼛조각을 찾는 유족들을 위해 뭐라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습니다. 수상 소식에 마음이 복잡한 건 참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수상은 저에게 해결되지 않은 참사의 실상을 더 끈질기게 기록하라는 무거운 격려와도 같습니다. 이 기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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