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영화·게임, 그 단어를 다시 들여다보면

[언론 다시보기]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언어는 고정되어 있지만, 그 언어가 지칭하는 현실은 끊임없이 변한다.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이 때로는 관성적 이해에 사로잡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뉴스, TV, 영화, 게임과 같은 단어를 생각해 보자. 전통적인 기사 형태 이외의 뉴스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TV 스크린을 이용한다는 것이 반드시 방송을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녀가 즐기는 게임은 부모 세대가 경험한 게임과는 다를 수 있다. 같은 단어 아래 실체는 달라지는 ‘균열’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25 언론수용자 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

먼저 뉴스의 이용을 살펴보자. 뉴스를 ‘읽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는 66.5%로 전년 대비 1.2%p 하락했다. 2021년에 최고점(79.2%) 이후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종이신문 열독률도 전년 대비 1.2%p 하락한 8.4%다. 반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30.0%(+11.6%p), 숏폼은 22.9%(+11.8%p)로 각각 큰 폭으로 상승했다. 텔레비전을 통한 뉴스·시사 콘텐츠 소비도 81.4%(+9.2%p)로 증가했다. 영상 기반 미디어가 뉴스 소비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해당 조사에서 영상 미디어의 경우 뉴스와 시사 콘텐츠를 동시에 묻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증가한 것은 전형적인 기사 형태의 뉴스라기보다, 시사 콘텐츠 전반의 이용일 가능성이 높다. 뉴스라는 단어는 그대로지만, 사람들이 소비하는 실체는 바뀌고 있는 것이다.


TV와 방송의 관계도 살펴보자. TV 스크린을 켠다는 것이 방송을 본다는 의미가 아닌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5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가구의 스마트TV 보유율은 2025년 68.4%에 달한다. 유료방송 서비스 없이도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영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확산된 것이다. 아직 전면적인 코드커팅이 일어난 단계는 아니어서, 방송 서비스와 TV 스크린 이용의 연결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TV 스크린을 통한 OTT 이용은 전년 대비 12.6%p 증가한 36.4%로 나타났다. TV라는 기기의 이용 시간이 유지되더라도, 그것이 방송의 건재함을 의미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TV를 켠다고 '방송'을 보는 시대는 지났다. 많은 경우 TV는 '스크린'의 기능만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LG전자가 2024년 12월 스마트TV에 탑재해 선보인 'LG 라디오 플러스' 서비스 구동 모습. /LG전자 제공

영화와 극장의 관계 역시 달라지고 있다. 극장 관람 횟수는 줄었지만, 영화 소비 자체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는 2019년 4.37회에서 2024년 2.4회로 감소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국의 최근 1인당 관람 횟수가 대체로 2~3회 수준임을 감안하면, 코로나 이전의 한국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OTT를 비롯한 대안적 감상 경로가 확대된 데다, 문화 활동의 선택지 자체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상 시장 전체는 온라인 시장을 포함해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극장 중심의 소비가 줄었을 뿐, 서사적 경험으로서 영화에 대한 수요는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게임은 어떨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게임 이용률은 3년 새 74.4%에서 50.2%로 하락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시간 부족, 흥미 감소, 대체 여가의 발견 순으로 답했으며, 대체 여가로는 영상 시청(86.3%)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주목할 것은 10대의 이용 방식이 다른 세대와 구분된다는 것이다. 10대는 다른 세대와 비교할 때 유독 RPG와 전략 시뮬레이션의 이용 비중이 낮은 반면, 로블록스와 같은 샌드박스 게임의 이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 게임은 주로 친구들과의 온라인 상호작용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존 MMORPG 시장에는 위기 신호지만, 게임이란 행위 자체를 조금 더 유연하고 다양하게 경험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다른 방향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전통적인 관점에서 지금의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은 위기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시사 콘텐츠로서 뉴스는, 대형 스크린을 통한 영상 소비는, 서사적 경험으로서의 영화는, 온라인 상호작용으로서의 게임에서는 기회의 신호를 발견할 수 있다. 과거의 전형적인 뉴스·방송·영화·게임이 아닌, 지금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포착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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