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유화 번진 '계엄 생방' 의혹, 박장범 끝까지 가나

KBS 구성원들 비판 여론 들끓어
여권 이사들, 감사요구 안건 상정
결과 따라 해임요구 거세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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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당일 ‘계엄 생방송’ 관여 의혹을 받는 박장범 KBS 사장이 또다시 난관을 마주했다. 박 사장의 일방적 해명을 담은 리포트가 KBS ‘뉴스9’에 보도된 후 “방송을 사유화했다”는 구성원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어서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KBS 이사회 여권측 이사들은 해당 리포트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긴급 안건을 임시 이사회에 상정했는데, 차후 감사가 진행되면 해임 요구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1월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현업단체가 박장범 KBS 사장의 ‘계엄 생방송’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박 사장은 KBS ‘뉴스9’ 리포트를 통해 “(계엄 당일) 대통령실과 통화는 했지만 방송에 개입하진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 등 여권 측 KBS 이사들은 2일 ‘박장범 사장 의혹과 관련된 9시 뉴스 보도에 대한 감사 요구안’을 KBS 임시이사회 긴급 안건으로 제출했다. 1월29일 KBS ‘뉴스9’에서 “대통령실과 통화는 했지만 방송에 개입하진 않았다”는 박 사장의 입장이 담긴 리포트가 보도된 것과 관련해 전반적인 취재 및 방송 경위를 확인하고, 방송심의규정과 편성규약 위반 여부 등을 감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4일 열릴 KBS 임시 이사회에서 재적 이사 11명 중 과반인 6명이 찬성하면 감사가 개시된다. 직권 감사 실시 권한을 가진 박찬욱 KBS 감사 역시 보도 관련자에게 경위서를 요구하는 등 사실 확인 절차에 돌입했다.


리포트 준비에 사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보도 전부터 내부에선 거론돼 온 상태다. 당일 오후 박 사장은 보도시사본부 부장단을 소집, ‘계엄 방송’ 관여 의혹에 대해 한 시간 가량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고, 직후 KBS 보도국 국·주간단이 해당 리포트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KBS기자협회 등이 보도 전부터 비판 성명을 냈다. 그럼에도 KBS는 이날 밤 <박장범 사장 “계엄방송 준비 사실 무근”...언론노조 “부실수사”> 리포트를 뉴스9에서 방영했다.


앞서 계엄 당일 대통령실 등과 통화여부를 묻는 질문에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답변을 반복해온 박 사장은 이날 리포트에서 당시 최재혁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최재현 KBS 보도국장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대통령 담화 내용이나 구체적 시각은 몰랐고, 보도국장에게도 무슨 일인지 묻기만 했기 때문에 계엄방송 관여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보도 직후 KBS 내부에선 ‘공적 자원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KBS 20~25기(27~32년차) 선임기자 63인은 1월30일 성명을 내고 “박장범의 일방적 해명만 담은 리포트는 보도가 아니라 ‘개인 홍보물’에 불과하다”면서 “사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KBS 윤리강령 제2조는 “본인 또는 취재원·출연자의 개인적인 목적에 영합하는 취재·제작 활동을 하지 않는다”, 편성규약 제4조는 “부당한 간섭과 방송 종사자의 사적 이익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킨다”고 명시하는데, 박 사장이 직간접적으로 이번 보도에 관여했을 경우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여권 측 KBS 이사들은 해당 보도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사장의 법적·정치적 의혹에 대해 메인 뉴스가 사장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 심의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 규칙 제9조 4항은 ‘방송의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해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감사 결과에 따라 박 사장에 대한 해임 요구가 거세질 수도 있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일반 직원의 경우 감사 결과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는데, 사장의 경우 인사권자다 보니 스스로를 징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그 책임을 물을 방법은 해임밖에 없다. 해임 사유가 하나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영방송 사유화’ 논란으로 번졌지만 애초 제기된 ‘계엄 방송’ 관여 의혹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계엄 당일 대통령실과 박 사장, 보도국장 간 소통이 이뤄졌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만큼, 참고인에 머물렀던 박 사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의혹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단체는 1월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언론노조 KBS본부는 KBS 수뇌부가 용산과 내통하며 ‘계엄 방송’을 지시받았다고 보고, 박민 당시 KBS 사장과 최재현 보도국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최근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KBS본부는 퇴근했던 최재현 보도국장이 당시 내정자 신분이던 박장범 사장과 통화한 직후 회사로 복귀해 ‘안보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담화 방송 준비를 지시한 정황을 주목하는 상황이다. 특히 경찰 등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지적하며 “박 사장을 방송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내란선전·선동 혐의 등으로 재고발할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2시 KBS 생방송”을 언급했던 맥락 역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담화 일정이 방송사에 공지된 시각은 밤 9시18분인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각각 밤 8시40분과 9시경 “22시에 KBS 생방송이 확정됐다”는 대통령의 말을 들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KBS 수뇌부가 대통령실과 소통하며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생중계를 준비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던 터다.


이희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계엄 당시 박장범은 내정자였고 고발 당시 연루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참고인으로 분류되었을 뿐”이라며 “새로운 정황이 드러난 만큼 박 사장을 피의자로 전환해 재조사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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