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계엄방송' 의혹, 이사회·수사기관 나서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박장범 KBS 사장이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관계자와 KBS 간부 등과 연달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른바 ‘계엄 생방송’을 준비하려 했다는 의혹이 ‘공영방송 사적이용’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KBS가 메인 뉴스인 ‘뉴스9’을 통해 ‘대통령실(관계자 등)과 통화한 건 사실이지만 방송에 개입한 적은 없다’는 취지의 박 사장 해명을 보도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애초 공영방송 사장이 법원이 ‘내란’이라고 판단한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온 자체가 문제다. 박 사장이 ‘계엄의 밤’인 2024년 12월3일 내정자 신분으로 최재혁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최재현 전 KBS 보도국장과 연이어 통화했다는 폭로·보도가 나왔다. 최 전 국장이 퇴근을 했다가 박 사장의 전화를 받고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 방송 송출까지 직접 챙겼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박 사장이 대통령실, KBS 간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계엄방송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논란 초기 박 사장은 KBS 사측을 통해 “(내란) 특별검사팀과 경찰이 이미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했지만, 사실로 밝혀진 바는 전혀 없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폭로)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허위 사실이나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할 계획” 등이 담긴 짤막한 입장문을 냈다. 1월28일 KBS이사회에서도 “수사기관에서 종결된 사안”이란 입장을 반복한 박 사장을 두고 언론계에선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거나 “통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사장은 이어 1월29일엔 KBS 뉴스9의 <박장범 사장 “계엄방송 준비 사실 무근”...언론노조 “부실수사”> 리포트를 통해 거듭 해명에 나섰다. 최 전 비서관, 최 전 국장과 통화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계엄방송 준비 의혹은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었다. 해명 내용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이번엔 그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27∼32년차 KBS 베테랑 선임기자들은 “일방적 해명만 담은 리포트는 보도가 아니라 개인 홍보물에 불과하다”는 질타를 쏟아냈다. KBS 구성원들은 이번 사안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KBS 윤리강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한다.


‘공영방송 사적 유용’ 논란으로 번졌지만 여전히 박 사장의 ‘계엄방송’ 관여 의혹에 대한 진실은 명확하지 않다. 해명 리포트를 통해 새로 규명된 사실은 없고, 단지 박 사장의 입장을 드러냈을 뿐이어서다. 박 사장 해명이 모두 사실일 수도 있지만 언론계에서 불거진 계엄 관여 의혹에 대한 규명 시도는 현재 ‘부실 수사’라 평가받는 것이 전부다. KBS 내부와 언론계에서 무혐의 종결 처분을 내린 수사기관을 지탄하며 방송법 위반은 물론 내란 선전·선동 혐의까지 포함해 박 사장 재수사를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공영방송을 사장의 해명 도구로 사용한 리포트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윤석열 정부 당시 사장 지명·취임 전부터도 ‘파우치 논란’ 등 구설이 끊이지 않았는데, 내란 관련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리다 KBS 뉴스를 통해 해명되는 현실은 결코 공영방송 사장에 걸맞은 행보로 평가하기 어렵다. “박장범을 방치하는 것은 KBS를 망가뜨리는 공범이 되는 길”이라며 이사회에 해임 절차 개시를 주장하는 KBS 기자들의 분노는 그래서 합당하다. 이 목소리를 KBS이사회는, 수사기관은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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