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시사본부장 기습 발령… KBS, 내부 동의 없는 인사

[구성원들 "방송법 취지 훼손한 편법"]
임명동의 논의할 편성위 개최 거부
소수 노조와 임단협 직후 인사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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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시행해야 할 KBS에서 내부 동의 없는 보도시사본부 인사가 이뤄졌다. 구성원들은 이를 보도책임자의 범위를 결정할 편성위원회가 파행된 틈을 탄 ‘편법 인사’로 규정했다. 사측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규칙 제정 전까지 편성위를 꾸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임명동의제 시행을 미뤄놓고는, 소수 노조와의 합의를 명분 삼아 인사를 기습 단행했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KBS 제공

KBS는 15일 김대홍 ‘일요진단’ 앵커를 보도시사본부장에 임명했다. 문책성 인사가 아닌 보도본부장의 조기 교체는 이례적인 일로, 직원들 역시 이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부장 인사 이후, 국장급 주간단과 부장 인사도 줄줄이 이어졌다. 보도시사본부장을 비롯한 보도국 간부는 편성위가 제정할 방송편성규약에 따라 임명동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직책이다.

◇단협 체결이 인사 명분 됐나
이번 인사를 두고 사측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방송법에 명시된 임명동의제의 취지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8월 개정된 방송법 21조는 보도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실시를 명문화하고, 구체적 범위 등은 편성위원회 의결을 거쳐 방송편성규약으로 정하게 했다.


그러나 현재 KBS는 사측의 반대로 해당 규약을 제·개정할 편성위가 꾸려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임명동의제 시행 논의 역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방송법은 편성위원을 추천하는 종사자의 범위 및 종사자 대표의 자격요건을 방미통위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방미통위 위원회 구성이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사측은 지난해 10월 “방미통위 규칙 제정이 이뤄져야 전체 편성위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한 직후 인사가 단행됐다. 사측은 12일 KBS같이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5개 국장(보도국장, 시사제작국장, 교양다큐1국장, 교양다큐2국장, 라디오국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같이노조 조합원은 490여 명으로, KBS 전체 직원 3700여 명의 약 13%다.


이에 따라 단협에 명시된 보도국장과 시사제작국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도국 간부를 대상으로 인사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기존 편성위 실무자 측은 15일 성명을 내고 “방송법상 임명동의 논의에 권한이 없는 일부 노조와 합의한 이후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노사합의라는 ‘위장’을 통해 방송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기만적 인사’”라고 비판했다.


실무자 측은 16일 인사 경위 설명을 위한 긴급 편성위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을 사측에 전달했으나, 20일까지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실효성 없는 임동… ‘힘빼기 전략’ 의심도
사측이 같이노조와 단협을 체결하며 임명동의제 시행 대상을 최소화하고자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이노조가 13일 발행한 노보에는 “보도책임자 임명시 보도분야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고 쓰여있다. 이에 따르면 임명동의제 대상인 교양다큐1·2국장, 라디오국장 역시 PD가 아닌 취재·촬영 기자의 동의를 받아야 임명될 수 있다.


공웅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지역부본부장은 “기자들이 PD 국장의 업무를 파악해 찬반 투표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방송법에 명시된 보도국장에 대해서만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고, 다른 국장은 검증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같이노조는 이번 단협이 가이드라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석민수 같이노조 협력국장은 “기존 단협과 개정 방송법의 취지를 거스르지 않고 후퇴하지 않는 선에서 임명동의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밑바탕을 만들자는 의미다. 법의 취지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법 조항을 그대로 준용한 것”이라고 했다.

◇‘깜깜이’ 인사 배경에… 추측만 난무
예상치 못한 인사가 이어지면서 KBS안팎에서는 박 사장의 임기 보장을 위한 시도라는 추측이 나온다. 김대홍 신임 보도시사본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모교인 중앙대 동문이다. 졸업 이후에도 언론동문회장을 역임했다. 김 본부장은 3월부터 안식년에 돌입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이번 보도시사본부 인사 감행의 저의는 분명하다. 어떻게든 자기 사람을 꽂아 본인의 생명 연장을 위한 저지선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라 비판했다.


정치 뉴스를 총괄하던 보도국 정치부장을 국회·정부 등 관계 기관의 대관을 담당하는 대외협력국장으로 발령한 것 또한 임기 보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다. 한 KBS 직원은 “국회와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면서도 “정확한 이유는 사장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BS 관계자는 “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 따로 설명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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