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17) 빗속에서 마주한 배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나서던 순간,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누군가는 준비해 둔 우산을 펼쳤고 허둥지둥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빗속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동선과 표정으로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저 멀리 낯선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 살 남짓한 아이가 엄마에게 우산을 씌워주겠다며 작은 팔을 힘껏 뻗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허리를 깊이 숙여 걸음을 맞추었습니다. 모자(母子)의 마음이 빗속에서 포개진 순간을 담았습니다.


날씨 스케치 사진이 매력적인 이유는 계절 속 풍경에서 타인을 향한 마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어카를 미는 이 곁에서 우산을 씌워주는 손길, 폭설 속 서로의 손을 잡아 미끄럼을 막아주는 몸짓은 삶이 허락한 우연에서 마주한 선물입니다.


인공지능(AI)이 글과 사진, 영상을 위협합니다. 그럼에도 포토저널리즘이 자신 있는 이유는 현실 속 의미 있는 순간을 끝까지 붙잡으려는 사명에 있습니다. 감동과 분노, 생생한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이 정도면 됐지”라는 타협을 밀어냅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때론 묵묵히 기다리며 우리 곁을 스쳐 가는 순간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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