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수사도 않고 류희림 면죄부 준 경찰, 저항 직면할 것"
경찰, 류희림 '민원사주'는 불송치·의혹 폭로 직원은 검찰에 넘겨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검·경, 수사팀 교체해 즉각 재수사해야"
언론시민단체들이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경찰을 규탄하고 나섰다. 92개 언론·시민·노동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9일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수사 한 번 없이 내린 무혐의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사팀을 교체해 즉각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천경찰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지난해 1월 류희림 전 위원장을 업무방해 및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으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최근 민원 사주로 인한 업무방해 건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를 결정하고 내부 제보자 색출 건에 대해서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류 전 위원장의 민원 사주 핵심 혐의에 대해선 면죄부를 준 셈인데, 정작 이를 폭로한 방심위 직원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넘긴 사실이 29일 경향신문 등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경찰이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규탄했다. 이들에 따르면 경찰은 민원 사주 혐의 불송치 사유로 △사주된 민원이라 하더라도 해당 민원을 진정한 민원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사주된 민원 외에 진정한 민원이 존재하는 이상 사주의혹 민원과 방송심의 사이에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 △민원을 사주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오인‧착각‧부지를 일으켜 공정한 심의 및 표결, 관련 업무를 그르치게 함으로써 방심위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할 수 없다 등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공동행동은 “궤변”이라 일축했다. 이들은 “사주된 민원이라면 당연히 진정한 민원이 아니”라며 “더욱이 사주된 민원 외에 진정한 민원이 존재하는지 수사도 하지 않고 어떻게 그 존재를 단정하는가”라고 성토했다. 류 전 위원장의 가족과 친인척들이 오탈자까지 똑같은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조직적인 청부민원이었는지를 전혀 수사하지 않았다”고도 비판했다.
또한 “민원과 방송심의 사이의 인과관계는 방심위 회의록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민원을 사주했다는 사정 자체가 오인‧착각‧부지를 일으켰다는 강력한 증거”이며 “이로 인해 방심위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은 명백히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류 전 위원장은 해당 민원 등을 구실로 삼아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 보도에 무더기로 과징금 처분을 의결했고, 이는 법원에서 줄줄이 취소 결정을 받았다.
공동행동은 “양천경찰서의 불송치 논리에 따르면, 경찰서장이 가족을 동원해 고발을 사주해도 검찰 총장이 친인척을 동원해 기소를 사주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며 “경찰과 검찰이 이대로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 민원사주를 무혐의로 종결시킨다면,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 수사팀을 전면 교체하고 이제라도 민원 사주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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