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어갈 제21대 이재명 대통령 앞엔 윤석열 정부 약 3년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언론계의 정상화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지난 정권 내내 이어진 정치권력의 비뚤어진 언론관과 만연해진 언론 혐오, 숱한 논란을 일으킨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열악해져만 가는 중소·지역 언론사의 상황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차다.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6·3 대선을 앞두고 공개한 정책공약집에서 언론·미디어 공약으로 방송의 공공성·독립성 강화, 방통위·방심위 개혁, 극우·차별 콘텐츠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성 강화, 방송·미디어 규제 완화, 방송광고 제도 혁신, 지역방송 지원 등을 약속했다.
역대 정부에서 방송사, 특히 공영방송은 모두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공영방송 경영진을 정권 입맛에 맞게 교체하기 위한 KBS·MBC 이사진 해임 시도가 잇따랐다. 법원이 번번이 제동을 걸었으나, 지난한 법정 다툼과 내분 등으로 큰 상흔을 남겼다. ‘낙하산’ 사장 임명과 제작·편집 독립권 침해 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의 언론 공약 중 ‘방송의 공공성 회복과 공적 책무 이행’이 앞자리에 위치한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경영진 구조와 선임 방식 개선, 이사진 자격요건 강화, 임원의 직무상 독립·정치중립 의무 강화 같은 공약들이 현실화한다면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방송 장악 시도 논란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형적으로 운영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방통위·방심위 개혁도 시급하다. 위원회 구성 관련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독립성·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권에 따라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법 개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가칭 ‘미디어 혁신 범국민 협의체’ 마련이나 정부광고 독점 대행 제도 개선, 지역·중소방송사 지원 확대 등 그간 언론계에서 필요성이 제기됐던 사안들이 공약집에 여럿 담겼다. 국정운영 총책임자가 선거 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내용들이니 책임감을 갖고 이행하길 기대한다.
공약 이행과 더불어 이 대통령이 앞으로 언론을 어떻게 대할지에도 언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언행에서 드러난 언론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대선에 도전했던 2017년 자신의 가족 의혹을 보도한 종편을 겨냥해 “독극물 조작언론”이라며 “반드시 폐간시킬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지난해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뒤에는 기자들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지칭해 구설에 올랐다. 이번 대선 정국에선 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하는 듯했으나, 언론이 왜곡·가짜 정보 보도를 일삼는다는 취지의 발언은 여전했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어느 한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통합 의무를 진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집권 내내 ‘불통’과 ‘탄압’으로 언론자유를 추락시켰던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언론의 쓴소리도 경청해 가며, 필요할 땐 기자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며 소통하는 대통령, 내란 이후의 첫 대통령은 그런 대통령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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