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12·3 비상계엄을 보도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수괴’로 지칭한 데 대해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한겨레는 21일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4’를 발간해 이 같은 외부 평가를 전했다. 한겨레는 2022년부터 매년 외부 평가를 담은 보고서를 내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한겨레 4기 저널리즘 책무위원인 이완수 동서대 교수는 한겨레가 “비상계엄과 탄핵을 보도하면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접근했다”며 “기사 제목만 보면 격문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라고 평가했다. 또 “시위대처럼 주장하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언론의 온당한 태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7일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나온 1면 머리기사 제목인 <내란수괴 윤석열>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확인되지 않은 중대한 사건의 당사자인 대통령을 사전에 내란 수괴로 몰아간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겨레가 ‘분노의 저널리즘’을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책무위원인 신우열 전남대 교수는 다른 평가를 했다. 신 교수는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표현하지 말라는 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1월23일 자신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돼 업무에 복귀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무죄추정 원칙을 말하며 내란 표현은 “언론으로서 마땅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저널리즘’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개념은 객관적으로 취재하되 ‘민주주의를 촉진하며 방어하는 저널리즘’을 뜻한다. 신 교수는 이 개념이 “객관성 윤리를 부정하거나 대체하는 관점이 아니”라며 “현대 맥락에 맞춰 수정, 보완한 윤리관”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처음엔 이번 비상계엄을 ‘얼치기 계엄’으로 여기고 이튿날인 4일 윤 전 대통령이 술에 취한 채 “밤새 무슨 일 있었어?” 하며 두리번대는 만평을 조간신문에 올렸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자 12월6일 심각성을 고려해 ‘12·3 내란사태’로 공식적으로 이름 붙였다.
한겨레는 보고서에서 “‘객관성’과 ‘중립성’보다는 한국 사회가 40년 가까이 쌓아온 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하는 계엄 선포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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