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01) 끝까지 달린 이들이 세상을 만든다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신록이 번진 도로 위로, 봄바람을 따라 시민들이 달린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하프마라톤. 참가자들이 긴 호흡으로 트랙을 가르며, 서로의 등을 밀어주듯 한 몸처럼 흐른다. 누군가는 앞서고, 누군가는 뒤처지지만, 누구도 길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경쟁이 아니라 동행이고, 이기기보다 완주가 중요한 여정이다.


오는 6월3일, 우리는 또 한 번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택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촉발된 조기 대선, 헌정사상 유례없이 짧고도 무거운 선거가 시작됐다. 정치인들만의 경주가 아니다. 표를 들고 투표장까지 걸어가는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민주주의의 완주를 완성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서로를 끌어내리지 않고, 제 속도로 끝까지 걷는 그 태도 안에 있다. 조용히 이어지는 시민의 행렬 안에 정치가 지켜야 할 품격과 공동체가 회복해야 할 신뢰가 담겨 있다.


역사는 말없이 지켜본다. 누가 더 빠른가보다, 누가 끝까지 달렸는가. 누가 크게 외쳤는가보다, 누가 참여했는가. 그 한 표를 들고 결승선을 넘은 이들이 오늘의 헌법을 지켰고, 내일의 민주주의를 세운다.


계엄의 그림자 아래서도 헌법이 멈추지 않도록, 시민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달렸고, 우리는 그 완주 위에 서 있다.


끝까지 달린 이들이 지켜낸 이름,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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