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신록이 번진 도로 위로, 봄바람을 따라 시민들이 달린다.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하프마라톤. 참가자들이 긴 호흡으로 트랙을 가르며, 서로의 등을 밀어주듯 한 몸처럼 흐른다. 누군가는 앞서고, 누군가는 뒤처지지만, 누구도 길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경쟁이 아니라 동행이고, 이기기보다 완주가 중요한 여정이다.
오는 6월3일, 우리는 또 한 번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택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촉발된 조기 대선, 헌정사상 유례없이 짧고도 무거운 선거가 시작됐다. 정치인들만의 경주가 아니다. 표를 들고 투표장까지 걸어가는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민주주의의 완주를 완성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서로를 끌어내리지 않고, 제 속도로 끝까지 걷는 그 태도 안에 있다. 조용히 이어지는 시민의 행렬 안에 정치가 지켜야 할 품격과 공동체가 회복해야 할 신뢰가 담겨 있다.
역사는 말없이 지켜본다. 누가 더 빠른가보다, 누가 끝까지 달렸는가. 누가 크게 외쳤는가보다, 누가 참여했는가. 그 한 표를 들고 결승선을 넘은 이들이 오늘의 헌법을 지켰고, 내일의 민주주의를 세운다.
계엄의 그림자 아래서도 헌법이 멈추지 않도록, 시민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달렸고, 우리는 그 완주 위에 서 있다.
끝까지 달린 이들이 지켜낸 이름,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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