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정치 유튜브, 대선 국면서 '기자 맨 파워' 두각

[대선 한 달 앞, 대세 된 '정치 라이브']
비상계엄 후 대중의 정치 관심 급증
기자들, 취재·현장 이야기 풀어내며
개인·평론가 대비 양질 콘텐츠 제공

  • 페이스북
  • 트위치

제21대 대통령 선거 D-34. 지금 유튜브에선 언론사들의 정치 라이브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 뉴스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며 정치 라이브 방송에 뛰어든 언론사들이 많아졌다. 오랜 기간 정치·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언론사들의 공세 또한 만만치 않다. 대선을 맞아 데일리 방송 편성, 현장 라이브 등을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 유튜브에선 매일 여러 언론사들의 정치 라이브를 볼 수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언론사들의 정치 라이브 경쟁이 치열해지며 각 사마다 차별화 전략에 대한 고민도 깊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경향신문, 동아일보, JTBC, 시사IN, 한국일보, 한겨레가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 화면 및 썸네일.

계엄 이후 언론사 유튜브 정치 라이브 인기

미디어 이용 환경 중심이 유튜브로 옮겨온 건 지난한 이야기이지만, 특히 이번 비상계엄·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언론사들은 폭발적인 수요를 확인했다. 이에 발맞춘 신문사들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 론칭이 눈에 띈다.

동아일보, 한국일보는 최근 각각 ‘정치를 부탁해’, ‘이슈전파사’라는 이름의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3월10일부터 매주 월·수 오전 10시에 진행되는 ‘정치를 부탁해’는 시사 프로그램 ‘중립기어’ 종영 이후 8개월 만에 동아일보가 시작한 라이브 방송이다.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외교안보, 경제 분야 등을 두루 다뤘던 ‘중립기어’와 달리 이번엔 ‘정치’에 중점을 뒀다. 동아일보 디지털랩 관계자는 “유튜브를 운영하다보니 시청자들은 보다 전문화, 세분화된 콘텐츠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탄핵심판 선고와 조기 대선 가능성을 앞둔 올해 초가 정치시사 라이브를 론칭하기에 적기라는 편집국 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시사토크프로그램 ‘이슈전파사’는 한국일보가 처음으로 도전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다. 3월6일 녹화 방송을 시작으로 약 한 달간의 준비를 거쳐 4월3일부터는 원래 목표대로 목요일 오전 11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 모든 이슈를 주제로 하는 방송이지만, 현재는 여의도 정치판 이야기, 경선 판세 분석 등 정치를 위주로 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타 언론사보다 뒤늦게 출발한 방송이지만 국민의힘 경선 후보인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차례로 인터뷰한 특별 라이브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박서강 한국일보 기획영상부장은 “사실 올해 4월 정도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30만이 될 것으로 예상해 지난해 10~11월부터 이에 맞춰 론칭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계엄이 터지며 모든 플랫폼에서 콘텐츠 수요가 확 올랐고, 유튜브 채널도 갑자기 구독자 수가 30만명으로 올랐다”며 “대선이라는 대목을 맞아 시사 유튜브를 대선 전 오픈해야 한다고 보고 부랴부랴 준비해 3월 초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덕포차’ ‘논썰’ 등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방송 영역에서 자리를 잡아 온 한겨레는 이번엔 데일리 프로그램인 ‘뉴스다이브’를 7일 선보이며 월~금 디지털 라이브 편성을 강화했다. 고현준 시사평론가가 MC를 맡은 ‘뉴스다이브’는 평일 매일 1·2부로 나눠 정치 논평을 다루는 ‘정치꾼 도시 여자들’ ‘이슈 다이브’, 현안을 소개하는 ‘뉴스룸 1열’ ‘여의도 세신사’ 등 다양한 코너로 진행된다. 전정윤 한겨레 뉴스룸국 뉴콘텐츠부국장은 “작년 8월부터 뉴스룸국 산하 영상 부서와 ‘한겨레 뉴스룸’ 채널을 통해 권태호 논설실장을 비롯해 기자들이 출연해 뉴스를 분석하는 ‘뷰리핑’, ‘현장 영상’ 등을 선보이는 과정이 있었다”며 “아무래도 텍스트보다는 영상으로 기사를 보는 독자들이 많이 늘고 있어 ‘이제는 매일매일 나오는 뉴스를 영상으로도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 그러려면 데일리 라이브 방송은 불가피하다’는 구성원의 판단 속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대선 특수에 언론사 유튜브 상승세

그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온 언론사들도 비상계엄에서 이어진 조기 대선 특수를 맞아 활황 중이다. 당초 지난해 4월 총선까지만 방송하는 게 목표였던 시사IN의 ‘김은지의 뉴스IN’이 현장 라이브, 특별 생방송 등 더 공격적으로 매주 월~목 데일리 방송을 진행하는 이유다. 지난해 1월 매일 방송을 시작하고 7~8만명이던 시사IN 유튜브 구독자 수는 1년 4개월여 지난 현재 58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구교형의 정치비상구’를 통해 데일리 방송을 시작한 경향신문도 채널 구독자 수 46만명을 확보했으며, 지난해 총선에 대비해 디지털 전략 차원에서 기획됐던 JTBC ‘장르만 여의도’는 이제는 TV 정규 프로그램으로 방송될 정도다.

이들 방송은 비상계엄 선포, 윤석열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과 파면까지 생중계를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확인했다. 특히 시사IN이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 긴급 편성한 라이브 방송은 71만회라는 ‘역대급’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날 긴급 방송을 계기로 시사IN은 올해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 한남동 대통령 관저, 국회, 헌법재판소 인근 등에서 현장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김은지 시사IN 정치팀장은 “작년 1월 방송을 시작하고, 이 모든 ‘빌드업’이 그날 방송을 하기 위한 것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사를 긴급하게 써야 하는 것도 있지만, 계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전파하는 데 있어서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현장에 나간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보내준 영상을 전하면서 저희 편집국 차원에서도 시너지가 났고, 제 스스로가 느끼는 효능감도 컸다”고 말했다.

레거시 미디어 유튜브 라이브 차별화 전략은 ‘기자’

정치 라이브 영역에서 유튜브는 레거시 미디어보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매불쇼’ 등으로 대표되는 개인 미디어의 활약이 돋보이는 곳이다. 극우 유튜버의 성장 등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플랫폼이고, 대선 후보 등 정치인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그들의 주장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도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만큼 레거시 미디어들의 유튜브 방송 차별화, 신뢰성에 대한 고민도 깊다.

정치부 기자가 직접 방송에 참여해 취재 내용을 설명하는 등 기자라는 자산 활용이 평론가 패널 위주의 개인 미디어 방송과 가장 구별되는 점이다. 동아일보 ‘정치를 부탁해’는 정치부 야당반장인 권오혁 기자, 수년간 정치부를 출입했던 유근형 기자가 진행하고, 국회 등 현장 기자들이 패널로 참여한다. 한국일보 ‘이슈전파사’도 국민의힘, 민주당을 각각 맡고 있는 김도형·김정현 기자가 ‘여의도 브라더스’라는 명칭으로 재밌는 입담을 선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디지털랩 관계자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전달하고 차별화된 관점을 제시하거나 적확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현장을 직접 뛰는 정치부 기자들의 경험과 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미디어 시장에서 신문과 방송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신문기자에게 방송이 낯선 것은 사실이지만 도전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서강 부장도 “저희 방향성은 한국일보라는 정체성을 살리면서 실체가 있고 자기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현역 정치인, 직접 취재한 기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라며 “유명 평론가, 정치인을 모시면 단기적으로는 이슈전파사를 키우는 데 효과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 탄탄하게 가려면 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취재력 등 우리만의 것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 인지도는 없지만 업계에선 ‘여의도 브라더스’의 내용들이 새롭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방송이 생소한 ‘펜 기자’들도 라이브 방송에 참여하며 유튜브라는 생태계에 적응 중이다. 법조팀 기자로 ‘구교형의 정치 비상구’에 출연해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냈던 유선희 경향신문 기자는 “정치 평론가의 정세 분석에 대한 수요 못지않게 취재 기자들의 생생한 이야기에 대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고, 특히 정치부 기자들에게 출연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게 지금의 흐름”이라며 “방송에서 취재 이야기를 푸는 건 기자로서 새로운 경험이었고, 시청자들에게도 가려운 지점을 긁어주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명태균 게이트 관련해 강혜경씨를 방송에 출연시킨 적이 있는데, 방송 이후 취재가 더 진행되는 게 있었다. 기자들에게도 유튜브 방송이 여러 시너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은지 정치팀장도 “방송을 진행하면 느낀 건 ‘유튜브가 저널리즘이냐’라는 건 이제는 맞지 않은 질문이라는 생각”이라며 “저희도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유튜브가 대세가 된 마당에 이제는 레거시 미디어가 자기중심을 잡고, 관점과 생각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채상병 사건 등 우리만의 어젠다를 놓지 않으려고 꾸준히 노력했고, 이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