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미국 출장을 앞두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책 협약 등 뚜렷한 목적이 없는 ‘외유성 출장’이란 의구심과 함께 한국의 방송통신 정책 주무 부처의 수장으로서 이진숙 위원장의 자격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이진숙 위원장 “기관장끼리 할 이야기 많지 않겠나”
이진숙 위원장은 4월28일~5월3일 미국 출장을 떠난다. 주요 일정으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랜던 카 신임 위원장을 만나는 일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 FCC는 방통위와 닮은 꼴 부처다. 미국 전역의 텔레비전·라디오·인터넷·케이블 통신 등을 규제하는 독립 기관으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는 점까지 닮았다. FCC 위원은 상원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 FCC 신임 위원장을 한국의 방통위원장이 만나는 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번 FCC 방문은 브랜던 카 위원장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건 단순 면담을 넘어서 구체적인 정책 목표나 기대 성과가 있느냐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이 출장에 6400만원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미국에 가서 정책 협약이나 MOU(업무협약) 같은 걸 체결하냐”는 노종면 의원 질문에 이진숙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엄정환 방통위 국제협력담당관도 “FCC 위원장 면담 일정에 정책 협의체 구성 등 합의가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에 “예전엔 그런 논의가 이뤄진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토론 주제를 조율 중”이라며 그러다 보면 정책 협력 등 의제가 나올 수 있다는 취지로 덧붙였다.
이진숙 위원장은 당시 FCC 방문의 구체적 목표를 묻는 노종면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기관장들끼리 할 이야기가 많지 않겠나”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이번 방문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자격 없는 이진숙, 외유성 출장 말고 사퇴를”
언론노조는 25일 ‘브랜던 카 FCC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한국의 주요 언론사 및 미디어 산업 노동자의 대표 단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 위원장의 방문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영문으로도 작성한 서한에서 카 위원장을 향해 “귀하는 한국의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3일 계엄령을 선포하고 내란을 도모했던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진숙 위원장은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군 병력 동원을 두고 한국 언론이 ‘내란’이라 표현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을 만났을 때 FCC 위원장인 귀하도 뉴스 보도의 문제를 직접 지적한 적 있는지 알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또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현재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2명만으로 중요한 정책 사항을 의결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 위원장을 만난다면 상원의 승인을 받은 현재 4명인 FCC와 대통령이 임명한 2명뿐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차이를 잘 설명해 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어 이 위원장의 자격 없음을 거듭 문제 삼은 언론노조는 “이진숙 위원장이 지금 해야 할 것은 FCC 방문을 핑계로 한 외유성 출장이 아니라, 본인의 언론장악 과오를 사죄하고, 방통위원장직을 사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방통위는 국회 과방위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번 FCC 방문에서 논의할 것으로 기대되는 의제로 △재난방송 및 공공안전 △불법 스팸 및 로보콜 △인공지능(AI) 관련 정책 공조 △지역방송 발전 방안 등 4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