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은 것은 취준생 때였다. 최종 면접을 하루 앞두고 잡생각을 떨치고자 운동장을 돌던 그때, 나를 둘러싼 여러 얼굴이 떠올랐다. 불안에 떨던 내게 손을 내밀었다 떠난 이들, 호기심에 그저 관망하던 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스쳤다. 고개는 땅으로 향하고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에 이내 정신이 돌아왔다. 넘어지지 않은 것은 나를 믿어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라서였다. 손을 잡고 함께한 이들과의 순간을 돌이키며 자세를 다잡았다. 그 순간 다짐했다. 언젠가 반드시 올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지 않겠다는 것을.
설산 한 가운데 있는 오두막에서 밤을 지새우던 중 알람이 울렸다. 면접을 앞두고 도움을 청하는 후배의 메시지였다. 눈앞의 풍경은 잠시 접어두고 노트북을 꺼냈다. 그게 내가 6년 전 운동장을 뛰며 세운 다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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