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 취재하다 폭도 몰려 재판… "검찰 '공소취소'해야"

정윤석 감독, 부당기소 주장
3분 촬영했는데 '특수건조물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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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9일 새벽 서울시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순 현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부지방법원 폭동을 취재하다가 폭도로 몰려 재판을 받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검찰에 공소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폭동을 기록하려 한 언론인을 폭도로 잘못 알고 기소했으니 무죄 판결까지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우현 부장판사)는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정윤석 감독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정 감독은 서부지법에 난입한 다른 피고인 62명과 함께 2월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폭도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월19일 새벽 서부지법에 난입해 집기류를 부수고 영장 발부 판사를 찾아다녔다.

정 감독 측은 검찰에 무리한 공소 제기를 물리라고 요구했다. 정 감독 측은 “이번 재판은 형사사건을 넘어 표현의 자유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역사적 상황에서 취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업윤리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촬영은 폭력 지지가 아니라 이를 멈추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특수건조물침입죄는 벌금형 없이 5년 이하 징역형만 있는 중범죄다.

특수건조물침입이 성립하려면 여러 사람이 함께 무력을 써야 한다. 하지만 정 감독은 폭동이 발생하고 10여분 지난 새벽 3시 43분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정 감독은 이후에도 1시간가량 법원 주변을 돌며 취재했다고 주장한다. 새벽 5시쯤 경찰이 본격적으로 진압을 벌이고서야 ‘펑’ 소리에 누가 다쳤을까 싶어 법원 마당에 들어섰다. 이곳에서 촬영도 3분에 불과했다.

검찰은 “공소 취소 계획이 없다”고만 짧게 답했다. 공소장에는 정 감독의 범죄사실로 새벽 3시쯤 법원 경내로 들어섰다고 돼 있어 바로잡을 의사가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도 “정확히 3시가 아니라 그쯤이라고 했으니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거듭 밝힐 입장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검찰은 “별다른 의견이 없다”고 대꾸했다.

정 감독 측은 재판부에는 일단 이번 재판을 다른 62명의 폭도와 별개 사건으로 아예 분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도 재판부의 배려로 정 감독에 대한 공판은 날짜를 따로 잡아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나머지 피고인들과 묶이지 않아야 심리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방어권 행사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 감독 측은 극우세력의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법정에서 정 감독은 “기소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저는 제가 무죄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검찰이 유죄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곤 한다”고 진술했다. 폭동 당일 정 감독은 영등포경찰서에 잡혀 들어가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까지 80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법원 건물 안까지 들어가 취재한 JTBC 기자들은 기자 신분을 밝히고 무사히 밖으로 나왔다.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는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1만 1831명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박찬욱, 김성수 등 대표적인 영화감독을 비롯해 2781명의 영화인도 탄원서를 냈다. 정 감독은 20여년 동안 용산 참사와 세월호 참사, 지존파 사건, 국가보안법과 레드콤플렉스 등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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