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암장, 이주노동자의 감춰진 죽음

[제414회 이달의 기자상] 이지혜 한겨레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이지혜 한겨레 기자

이번 기획은 이주활동가들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이주노동자 가운데 ‘돌연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심지어 제대로 된 보상도 애도도 받지 못하고 속전속결 ‘처리’되는 죽음이 많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누구도 기록하지 않는 감춰진 죽음을 추적하는 일은 ‘어둠 속의 코끼리’를 더듬는 것 같았지만, 이 문제가 거대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했습니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교 교수님이 그려주신 ‘코끼리의 밑그림’을 들고서 이미 세상을 떠난 숱한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을 취재했습니다. 위험하고 폭력적인 일터, 열악한 삶과 사회안전망의 부재, 은폐와 사기, 애도의 부재와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무신경 등 한국 사회가 밑바닥에 뭉개놓고 애써 외면해온 이주노동의 거대한 그림자가 타래처럼 끌려 나왔습니다. 이번 취재는 내내 긴 장례식을 치르는 것 같았습니다.


이 기사로 이주노동자들이 사회문제의 피해자를 넘어서, 살아서는 자기만의 꿈을 꾸고 숨진 뒤엔 자기만의 애도를 받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기사를 읽은 뒤 독자들이 이주노동자의 삶이 가진 역동성과 복잡성을 상상하게 되길 바랐습니다. 한겨레를 믿고 어렵고 복잡하고 아픈 이야기를 기꺼이 꺼내주신 이주노동자들 덕분에 거대한 코끼리의 그림자나마 꺼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획의 모든 기사, 모든 문장에 캡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좋은 데스킹이란 가장 정확하고 간절한 문장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주옥같은 데스킹으로 애써주신 방준호 이슈팀장께 가장 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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