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선방위 '심의 흑역사' 되풀이 말아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6·3 조기 대선이 확정됨에 따라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구성됐다. 선방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설치되는 합의제 기구다.


그런데 선방위 출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례 때문이다. 지난해 22대 총선 선방위는 역대 최다인 법정 제재 30건을 의결했다. 특히 선거와 상관없이 윤석열 정부가 불편해할 내용에 집중적으로 재갈을 물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건희 ‘여사’ 호칭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월22일 선방위는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대해 행정지도(권고)를 의결했다. 당시 현안이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시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통상 쓰는 ‘김건희 특검’이 아닌,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 해야 한다고 선방위는 지적했다. 해당 제재는 당장의 위축 효과를 불러왔다. 이후 숱한 방송에서 ‘김건희 특검’이랬다가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 정정하는 촌극이 반복됐다. 특검법 명칭을 두고 영부인 이름을 존칭 없이 불렀다고 징계를 받는 행태는 권위주의 국가와 다름없다.


사회적 재난 관련 발언도 선방위 제재 대상이 됐다. 선방위는 지난해 3월21일 가톨릭평화방송(cpbc)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법정 제재(주의)를 의결했다. 지난해 1월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언급하며 김준일 평론가가 한 발언(“정치적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은 것에 국민이나 유가족이 분노하는 것 같다”)이 선거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것이었다.


날씨 예보 뉴스의 숫자 색조차도 선방위 규제 대상이 됐다. 지난해 2월27일 MBC ‘뉴스데스크’는 미세먼지 농도를 파란색 숫자 ‘1’로 표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선방위는 지난해 4월4일 법정 제재(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이러한 선방위 행태는 법원에 의해 제지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30일 법원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하지만 위축 효과가 다시금 확인된 이후였다. MBC는 지난해 4월7일 방영 예정이던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을 결방했다. 당시 조국혁신당 기호 숫자 9와 겹쳐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작동했다. ‘알아서 조심하게’ 만드는 것이 곧 권력의 힘이다. 그러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언론을 향한 22대 총선 선방위가 노린 효과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늦었지만 22대 총선 선방위 행태에 대한 법원의 본안 판단도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0일 선방위가 지난해 2월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내린 법정 제재(관계자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내용이 선거 관련이라고 볼 수도 없고, 설령 선거 방송이라고 봐도 “처분이 위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정작 관련한 선방위의 반성과 성찰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선방위 구성에 나선 ‘류희림 방심위’ 체제의 위법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헌정 위기를 맞았던 12·3 비상계엄과 이에 맞선 시민들의 저항으로 만들어낸 ‘8대0’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헌정 수호 결정이 나온 이후 치러지는 21대 대선의 엄중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21대 대선 선방위는 이전의 흑역사를 부끄럽게 기억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와 유권자의 알권리는 선거 보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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