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6·3 조기 대선을 위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구성됐다. 보수단체 대표 출신으로 내란을 옹호해 논란을 빚고 지난 선방위에서 사퇴했던 오정환 전 MBC 보도본부장이 다시 선방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21대 대선 선방위 구성을 의결했다. 위원 모두 9명으로 임기는 14일부터 7월3일까지다. 선방위는 선거일 투표 마감 때까지 송출된 선거방송을 심의한다. 공정성이나 객관성 등을 어긴 방송사에 ‘주의’와 ‘경고’, ‘관계자 징계’ 등 재허가에 감점이 되는 제재를 내릴 수 있다.
선방위원에는 극우적 발언으로 문제가 된 오정환 전 MBC 보도본부장도 포함됐다. 오 전 본부장은 지난해 하반기 재·보궐선거 선방위에도 추천됐지만 12·3 비상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칼럼을 쓰고 서부지법 폭도들이 “제 아이들 같다”며 선처를 바란다고 해 논란을 만든 끝에 사퇴했다.
오 전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사흘 뒤인 7일에는 탄핵을 1905년 망국에 빗댄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보수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 대표를 지냈다. 방심위는 공언련을 추천단체에서 빼겠다고 했는데 오 전 본부장은 국민의힘 추천을 받았다. 오 전 본부장은 2016년 MBC 기자들을 스케이트장으로 발령내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에 조력했다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감사였던 한균태 전 경희대 총장도 이번 선방위에 참여한다. 한 전 총장은 2017년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면직 통보를 받았다. 이사회가 MBC 경영진의 부당노동행위를 조장하는데도 감사에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해임안은 책임이 경미하다며 이듬해 초 부결됐다. 한 전 총장은 방심위가 직접 추천했다.
김기성 전 TV조선 뉴스센터장도 추천을 받았다. 방심위는 지난해 4·10총선 때 피심의기관인 TV조선에 위원 추천권을 줘 비판받자 이번엔 TV조선을 배제했다. 당시 TV조선은 자사 출신인 손형기 위원을 추천했었다. 김 전 센터장은 방송기자클럽이 추천해 위촉된다.
앞서 7일 90여개 언론·시민단체로 이뤄진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류희림이 선방위를 또 구성한다면 내란 잔당의 집합소로 만들어 어떻게든 선거에 개입할 광경이 선하다”며 류 위원장의 사퇴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4·10총선 선방위는 역대 최대인 30건의 법정제재를 남겨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한다는 평가를 자초했다.
무더기 징계에 반발해 방송사들은 모두 19건의 소송을 제기했고 10일 제재 처분을 취소하는 첫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법원은 선방위가 후보자 토론이나 대담 같은 선거방송이 아닌 방송까지 심의했다며 제재를 취소했다. 나머지 18건도 선거방송과 무관한 경우가 대다수여서 잇따라 취소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백선기 전 위원장 등 당시 위원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선방위는 MBC 기상예보에 나온 ‘파란색 1’ 그래프가 더불어민주당에 투표를 독려하는 것 같다거나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보도가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등 이유로 중징계를 남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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