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취재 이후 광주·전남지역 기자 10명 중 9명이 불안감이나 두려움, 슬픈 감정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 치료 상담이나 진료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93%에 달했다.
광주전남기자협회가 3월5~10일 18개 지회 소속 회원 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주항공 참사 취재진 트라우마 설문조사’ 결과다. ‘제주항공 참사 취재 과정 또는 이후 심리적 불안감이나 두려움, 슬픔 등을 느낀 적이 있냐’에 대해 90%가 ‘예’라고 답했다.
참사 취재 우울감의 이유로 ‘유족들의 슬픔’이 37%로 가장 많았다. ‘사고 현장의 참상’(36%), ‘지역 비하 등 혐오 댓글’(13%), ‘기자들에 대한 비난’(11%), 기타(3%) 순이었다.
참사 취재 기자들에 대한 심리 치료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 대부분이 공감했지만, 심리 치료를 받은 기자들은 소수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심리 치료를 위한 상담이나 진료 등을 받은 적 있냐’에 대해 ‘받았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상담이나 진료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는 응답이 39%로 가장 많았고, ‘불필요’(28%), ‘비용 부담’(12%), ‘주변 시선 의식’(10%) 순이었다. ‘주변 동료와 취재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 있냐’에 대해선 73%가 있다고 답해, 기자들이 주로 동료들에게 취재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자협회와 광주시가 제주항공 취재 기자들에게 심리 치료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10명 중 3명이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사실은 알지만 내용은 모른다’ 51%, ‘지원 사실과 내용을 모두 모른다’ 30%, ‘지원 사실과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가 19%였다.
광주전남기자협회는 “기자 개인이 감정을 숨기고 트라우마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면서 “기록자의 회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언론의 책임이며 지속 가능한 보도를 위한 조건이자 타인의 고통에 책임 있게 다가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사회 재난 현장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기자들에게 심리 상담 및 치료비를 1인당 최대 4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치료비 신청은 11월까지 할 수 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소속 회원들은 12월까지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1대1 무료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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