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속 눈물’
2017년 3월12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틀 만에 청와대를 떠나 사저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1면에 실으며 한국일보가 그 아래 붙인 제목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 마중 나온 ‘친박’ 의원들, 지지자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는데, 이때 눈물이 맺힌 모습이 다음날(13일) 여러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그것도 헌재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탄핵된 대통령이 사실상 그 결정에 ‘불복’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었다.
다음 날 전국 단위 10대 종합일간지 중 조선일보를 제외한 모든 신문이 ‘탄핵 불복’ ‘승복은 없었다’ ‘승복 거부’ 등을 1면 기사 제목으로 내걸었다. 조선일보는 ‘“모든 결과 안고 가겠다…진실은 밝혀질 것”’이란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그대로 제목에 걸었다.
만 8년 하고도 한 달이 지난 오늘(11일). 한밤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헌정사상 두 번째 탄핵된 대통령 윤석열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돌아간다. 박 전 대통령 때는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만에 떠났는데, 윤 전 대통령은 짐 싸는데 1주일이 걸렸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후 5시쯤 관저를 나올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떤 표정으로, 어떤 ‘퇴거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헌재 판결에 대해 승복한다는 뜻을 밝힌 적이 없다. 관저 퇴거 시점이나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어떤 ‘표정’으로 관저를 나설지는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다. 윤 전 대통령은 3월8일 법원의 구속 취소 판결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석방돼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모여든 지지자들을 향해 밝게 웃어 보이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전한길뉴스가 10일 ‘단독’으로 공개한 사진 속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전한길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손을 꼭 잡고 활짝 웃고 있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옆에 있었던 윤상현 의원은 이번엔 윤 전 대통령 곁에 섰다.
전씨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어떡하나, 청년 세대들 어떡하나...”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1월2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란죄 형사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 최고형은 사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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