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뉴스타파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9000만원도 청구했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일당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준 인물이 박길배 검사라고 보도했는데도 이들이 ‘윤석열 커피 보도’라며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이유에서다.
뉴스타파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대표와 이 위원장,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 세 명을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10일 고소했다. 동시에 3000만원씩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의 피의자이기도 한 한상진 뉴스타파 총괄에디터는 “지난해 11월 검찰의 불법수사에 대해 국가배상을 제기할 때 연달아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며 “이번이 바로 그 두 번째 소송”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대선을 사흘 앞둔 2022년 3월6일 윤석열 당시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했다. 조우형씨가 부산저축은행에서 불법대출을 끌어와 대장동 개발 비리의 종잣돈을 댔는데도 주임검사였던 윤 전 대통령과 친한 박영수 변호사를 선임하자 윤 전 대통령이 혐의를 덮어줬다는 의혹이다. 뉴스타파는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통해 조씨를 불러 커피만 타준 뒤 그냥 돌려보낸 사람은 윤 전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박길배 검사라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2023년 9월 뉴스타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 법무부 장관이던 한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거기(뉴스타파 보도) 보면 분명히 ‘윤석열 후보가 커피 타줬다’라는 말이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듬해 7월 대통령실에서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검사가 커피 타주더라는 보도는 또 어떻습니까”라며 “가짜 허위 기사들”이라고 발언했다.
비슷한 시기 박 의원은 이 위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이 커피 타줘서 사건을 무마했다는 얘기가 성립이 되느냐”고 말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의원에게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줬지만 박 의원은 이후에도 같은 발언을 반복했다. 헌법에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있지만 2007년 대법원은 허위를 알면서 한 명예훼손은 면책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면책특권은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일 뿐 면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커피 보도’가 윤 전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허위로 쉽게 치부하려 정치권에서 만들어낸 용어라고 주장한다. 또 조씨에게 커피를 타준 사람이 박 검사인지 윤 전 대통령인지는 수사무마 의혹에 있어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 검사가 바로 위 상급자인 윤 전 대통령 허락 없이는 조씨를 봐주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측 변호인을 맡고 있는 신인수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과 방통위원장, 국회 과방위원인 세 사람은 가짜뉴스를 막고 언론자유를 보호해야 할 사람들인데 오히려 기사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할 수 없는 거짓말을 유포했다”며 “뉴스타파 기사에서는 명백히 ‘사슴’이라 했는데 권력과 언론에서 ‘말’이라고 한 건 현대판 지록위마”라고 말했다.
‘윤석열 커피’는 뉴스타파가 아니라 한 달 앞서 같은 의혹을 보도한 JTBC에서 나왔다. 봉지욱 당시 JTBC 기자는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의 검찰 조서 내용을 바탕으로 보도했다. 남 변호사가 검찰에 ‘윤 대통령이 조씨에게 커피를 타 줬다고 들었다’며 김만배씨에게 전해 들은 말을 진술했다는 내용이다. 남 변호사는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뉴스타파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에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을 뒤집었다.
남 변호사의 최근 증언으로 JTBC 보도는 결과적으로 오보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봉 기자는 “남 변호사의 증언에 신빙성이 부족해 최근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며 “뉴스타파 재판에서 남 변호사의 진술이 뒤집혔다고 해서 JTBC 보도를 오보로 볼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남 변호사가 갑자기 위증죄까지 감수하겠다며 진술을 바꿨는데 그의 말을 믿을 수 있는지는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정치권에서 퍼뜨린 ‘윤석열 커피 보도’ 프레임을 검증 없이 받아 쓴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해서도 민형사 책임을 묻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할 계획이다. 한 총괄은 “권력의 언론탄압 사건인 만큼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려왔다”며 “탄핵된 윤석열과 관계없이 필요한 책임을 묻는 절차를 필요한 방법으로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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