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탄압·방송장악 3년… 언론계 "내란 청산하자"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 과정]
비판 언론 향한 방심위 '정치 심의'
방통위원장 교체작업·수신료 분리
기자 개인 대상 고소고발도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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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탄압’ ‘방송장악’이 난무했던 3년이었다. 재임기간 내내 고소고발과 압수수색, 징계 남발로 비판 언론을 억눌렀으며,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을 갈아치웠고, 준공영 방송사 지분을 건설자본에 팔고, 돈줄을 틀어쥐는 등 언론을 길들이려 했다. 심지어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의 포고령으로 비상계엄을 일으킨 대통령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파면됐다. 지난 3년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 과정을 돌아본다.

2022년 3월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워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로 취임 1060일 만에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의 재임 기간 3년여 동안 다치고 무너진 언론계를 정상화하는 작업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비판 언론에 대한 정조준은 취임 넉 달 만인 2022년 9월부터 가시화됐다. MBC를 둘러싼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태다. 미국 순방 당시 카메라에 잡힌 윤 전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에 대해 대통령실은 왜곡 보도로 몰아갔다. 동남아 순방을 이틀 앞두고 MBC 취재진에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기까지 했다. MBC에 대한 압박은 취재 배제로 그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보도 책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뒤이어 외교부의 정정보도 청구 소송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이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해촉한 뒤 임명한 류희림 체제 방심위도 가세해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를 인용한 MBC, JTBC 등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방심위의 비판 언론을 겨냥한 ‘정치심의’는 계속됐다.


방송통신위원장 교체 작업도 일찌감치 진행됐다. 2022년 6월 감사원 감사를 시작으로 검찰 압수수색 등 방통위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있었고, 결국 2023년 5월 윤 대통령은 임기가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 처분했다. 여권 우위 구도로 재편된 방통위는 본격적으로 정권에 유리한 의결을 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실 권고 한 달 만에 그해 7월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 방통위는 시행령을 고쳐 TV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통합 고지·징수했던 기존 방식을 금지시켰다. KBS·EBS의 공적재원인 수신료를 흔드는 작업이었다.


이후 방통위는 2개월 간 KBS와 EBS,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야권 이사 5명을 해임했다. 여권 우위가 된 KBS 이사회는 2023년 9월 김의철 사장을 해임했고, 윤 전 대통령은 ‘술친구 낙하산’ 논란이 있던 박민 사장, ‘김건희 여사 파우치 발언’의 박장범 사장을 차례로 임명했다. 이동관 체제 방통위에선 YTN 민영화 작업이 발 빠르게 진행됐다. 탄핵소추안 표결 처리를 앞두고 자진사퇴한 이동관 위원장의 바통을 넘겨받은 ‘대통령의 검사 선배’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2월 유진이엔티의 YTN 인수 승인을 의결했다.


이 같은 방통위의 주요 의결은 대부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 부위원장 2인에 의해 이뤄졌는데, “5인 합의제 기구라는 점을 망각한” “정권의 무법적인 방송 장악”이라는 언론계의 지탄이 쏟아졌다. ‘2인 의결’ 위법성 논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7월 신임 방문진, KBS 이사 선임 의결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됐으나,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복귀한 다음엔 신동호 EBS 사장 임명, 지상파 재허가 심사 등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정지, EBS 사장 임명 집행정지 인용 판결 등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은 법원으로부터 계속해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 관련 의혹 보도를 한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도 잇따랐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이유로 언론사, 기자 자택 압수수색도 자행됐다.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의혹 보도’ ‘관저 이전 천공 개입 의혹’ ‘윤 대통령 군 골프 라운딩 논란’ ‘윤 대통령 가짜출근 보도’ 등으로 고소고발 대상이 된 언론사만 10곳이 넘는다.


그사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크게 하락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43위였던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이듬해 47위로 하락했고, 2024년엔 60위권까지 떨어졌다.


탄압의 대상이 됐던 언론사 구성원은 지난 3년 윤석열 정부 하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언론 장악 쿠데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언론장악 진상규명과 내란세력을 청산할” 차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헌재에서 파면된 4일, KBS·MBC·YTN·EBS 노조는 일제히 성명을 내어 “윤석열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언론 정상화를 위해선 먼저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폭거”를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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