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7일 신동호 EBS 사장 임명 효력을 정지하면서 이진숙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2인 의결’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법원 결정으로 소송을 제기한 김유열 EBS 사장이 업무에 복귀하자 방통위는 불복해 즉각 항고하는 한편, 8일 예정이던 EBS 대상 재허가 사업자 의견청취 일정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언론계의 중단 요구에도 방통위가 강행해온 지상파 재허가 심사는 당분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은 김유열 사장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EBS 사장 임명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7일 인용 결정했다. 행정법원 제2부는 결정문에서 방통위가 주장한 ‘2인 체제 의결’ 적법성에 대해 “법률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보면, 방통위의 회의체에서 의사결정은 위원 간의 토론과 협의를 통해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이뤄질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3월26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김태규 부위원장과 2인만으로 신동호 EBS 사장 임명을 강행하자 김유열 사장은 2인 체제 의결 위법성, EBS 정치 중립성 훼손 등을 지적하며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무효 확인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현업단체는 이번 법원 결정에 대해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위법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사법부의 단호한 메시지”라고 환영하며 방통위를 향해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8일 당초 신동호 사장이 출석할 예정이었던 EBS에 대한 사업자 의견청취를 앞두고 사장 임명 처분이 정지되자 방통위는 갑작스레 전날 밤 일정을 취소 통보했다. 연기된 날짜는 미정이다. 앞서 3일 방통위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를 대상으로 사업자 의견 청취를 진행하며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방통위가 심사 의견서 작성과 최종 심사 평가표 제출, 전체회의 의결까지 속전속결로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법원 결정이 절차 진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3일 방통위의 재허가 심사 강행 규탄 기자회견에서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문제는 공영방송 존립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라며 “이진숙 방통위는 불법으로 얼룩진 2인 체제 의결을 즉각 중단하고, 권력에 대한 정당한 감시와 비판을 ‘편향성’으로 몰아 재허가 심사를 공영방송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야욕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야당의 경고도 나왔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방통위에 지상파 재허가 심사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7일엔 과방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12명이 일동 성명을 내어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방송장악의 집착을 버리고 당장 사퇴하라”고 했다.
한편 방통위가 법원의 결정 당일 즉시 항고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는 8일 성명을 내어 항고 철회를 촉구했다. EBS지부는 “법원이 판단한 절차적 하자를 진지하게 수용하고 성찰하기보다 무리하게 임명 강행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며 “앞으로 방통위의 의사결정은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된 합의제 기관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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