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4일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국회의 탄핵 청구를 인용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언어와 촘촘한 논리로 회자됐다. 구구절절 옳은 말뿐이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문장을 가져왔다.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 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 제도적 사법적 수단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입니다.”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는 정권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12월 국회에 군 병력이 투입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이후에는 계엄령을 정당화하는 목소리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왔다. 혼란스러운 정국에 실체가 없던 민주주의는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당연하게 누려왔던 민주주의가 누군가에 의해 쉽게 스러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으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민주주의는 이토록 복잡하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이 없을 거라고 낙관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누리던 우리는 더 극심한 어려움에 처할지도 모른다. 오늘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언제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를 다룬 파커 J. 파머의 책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 실린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사랑하는 여러분, 민주주의는 깔끔할 수도, 정돈된 것일 수도, 조용한 것일 수도 없습니다. 민주주의에는 어느 정도 혼란이라는 양념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몰리 이빈스, ‘당신은 당신을 이곳에 이르게 한 그들과 함께 춤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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