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파면은 역사의 정의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국민의 믿음을 배반한 지도자 단죄에는 진보도 보수도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4일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다. 변론 종결 이후 한 달 이상 선고가 지체되면서 일각에서는 혹시 기각이나 각하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들의 판단은 상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로써 우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 지도자는 국민에 의해 퇴출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민주주의 승리의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대통령 탄핵으로 주어진 임기의 절반을 겨우 넘기고 역사 속으로 퇴장한 윤석열 정부의 실패는 일찍부터 예견돼 있었다. 집권을 위해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을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스스로 배반했다. 그는 배우자 비위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했고, 비리 증거가 명백히 드러나도 국민에게 좀처럼 고개 숙이지 않았다. 그뿐인가. 이태원 참사로 15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주무 장관은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다가 두 번째 탄핵 위기에 몰려서야 직을 내려놨다. 상관의 무리한 수색 지시를 따르다 안타깝게 희생된 젊은 해병대 병사 사건은 대통령 본인의 수사 무마 지시 의혹까지 불거져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능력은 차치하고 ‘책임감’이라는 보수의 기본적 덕목마저 포기했다는 점에서 역사의 혹독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대선에서 역대 최소 득표차(0.73%포인트)로 승리하며 출범한 정부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설득하고 협조를 구해야 정상적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독불장군식 행보였다. 야당과 노조, 시민사회, 비판적 지식인 등은 타도와 척결의 대상일 뿐이었다. 대통령은 시대착오적 색깔론으로 이들을 툭하면 ‘반국가 세력’,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국민은 대통령의 일방통행에 지난해 총선에서 야당에 압도적 승리를 안겨주며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자기반성이나 쇄신 노력은커녕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계엄령 선포로 국가를 대혼란에 빠뜨렸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고, 그 결과가 피청구인(윤석열)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됐다”고 강조한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권력과 언론이 갈등을 빚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수사권과 행정권을 남용하여 비판적 언론과 언론인의 입을 막으려 했다.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막았고, 대통령 관저 이전 천공 개입설을 보도한 뉴스토마토는 출입기자단에서 쫓아냈다.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언론인들에게 돌아온 것은 윤석열 검찰의 마구잡이 수사였다. 대통령이 임명한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지인을 동원한 청부민원으로 관련된 보도를 한 방송사들을 자의적으로 심의하고 거액의 과징금으로 재갈도 물리려 했다. 계엄령 선포 후 눈엣가시 같은 언론사에 단전, 단수를 시도하려 했다는 증언만큼 윤석열 정부의 적대적 언론관을 보여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검찰식 공포정치로 언론의 입을 봉쇄하려 한 정권에게 ‘탄핵’이라는 징치가 이뤄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은 단순히 한 정파 수장에 대한 단죄만이 아니다. 언론의 비판에 귀를 막고 소통을 외면하는 정권은 그 어느 정권이든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무서운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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