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언론사들의 준비도 분주해졌다. 기자들에게 위험취재를 위한 지침을 주고 호신용 장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일부는 현장 중계팀에 사설 경호를 붙이기로 했다. 경찰은 폭동을 우려해 주요 언론사에 경비인력을 배치한다.
언론사들은 일단 안전을 우선하는 취재 지침을 내렸다. MBC는 기자들에게 경찰 통제선 안에서만 취재하고 시위대 안으로는 아예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SBS도 무리하게 직접 취재하기보다 여러 언론이 공유하는 풀(pool)영상을 최대한 활용하게 하고 촬영용 사다리 사용을 금지했다. 사다리가 시위대의 관심을 끌고 올라섰을 때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로 일어난 서부지방법원 폭동 때처럼 무차별 폭행에 대비한 호신용 장비도 지급됐다. 몇 개 언론사에서 후추 스프레이를 구매해 현장 취재기자들에게 배부했고 일부는 기자가 필요한 물품을 자율적으로 구매하면 비용을 보전해 주기도 했다. 전기충격기를 산 기자도 있었는데 전류량이 낮은 충격기는 경찰의 허가 없이도 가질 수 있다.
SBS와 YTN은 호신용 장비가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하고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트라우마 저널리즘 연구자인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는 “국제언론기구는 무기는 지니지 말라고 한다”며 “스프레이나 전기충격기가 필요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재빠른 탈출이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기자 신분을 감추려 극우 시위대가 사용하는 배지와 태극기를 줬다는 언론사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위대의 일부가 되는 일도 곤란하다. 국제기자연맹과 국경없는기자회 등의 위험취재 지침에 따르면 중립적인 복장이 가장 최선이다. 실제 폭동이 발생하게 되면 경찰에게 폭도로 오인돼 진압 대상이 되거나 체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기자들에게 방검복을 착용하게 할지 논의했지만 취소했다. 시위대와 충돌하는 상황에 예비하기보다 그런 위험 자체를 사전에 회피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남도영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지난주에 일찌감치 검토했는데 안전모나 방검복이 눈에 띌 수 있고, 방검복이 무거워서 대피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시위가 주말까지 이어질 상황에 대비해 헌법재판소 인근에 취재팀이 쉴 수 있는 숙소도 마련했다.
YTN과 KBS는 사설 경호원을 동원했다. 탄핵 선고 당일 주요 현장 중계 장소마다 경호원을 1~2명씩 배치한다. 김대근 YTN 사건데스크는 “이전에도 3·1절 집회 때 경호 인력을 쓴 경험이 있다”며 “촬영보조 인력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현장 기자 보호를 위한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말했다.
폭동으로까지 사태가 번졌을 경우를 대비해 경찰은 헌재 선고 당일 주요 언론사에 경찰을 배치한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상암동 DMC에 사옥이 있는 MBC와 YTN, JTBC에 20명씩 경찰을 대기시킨다. 특히 MBC와 가까운 쪽에 별도의 경찰력 20명을 추가로 배치해 유동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여의도에 있는 KBS에는 경찰관 30명이 배치된다.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단전·단수 계획에 있던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는 경찰 정보관이 상주하며 시위대의 이동을 주시할 계획이다. 특히 한겨레는 3월14일 일찌감치 경찰에 경비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인근 서부지법에는 인천경찰청에서 차출한 기동대 180명이 배치되고, 유사시 마포경찰서 자체 경력 20명도 한겨레에 보낼 수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일 성명을 내고 “공동체의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이다. 이를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며 경찰에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구체적인 취재진 보호 계획을 공개하고 폭동에는 무관용으로 대응하라고 주장했다. 언론사에는 “충돌, 구금, 위협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트라우마나 스트레스에 대한 후속 대비책들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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