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등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본격 속도를 내면서 언론계 안팎의 비판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 사업자의 명운이 걸린 사안을 2인 방통위가 그대로 의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인데, 특히 이진숙 위원장이 그동안 MBC에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방통위는 3일 MBC와 KBS(1TV) 등 5개 방송사를 시작으로 다음 주 EBS 등 재허가 대상 사업자 의견 청취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허가 심사위원회의 심사 의견서 작성, 최종 심사 평가표 제출, 전체회의 의결까지 이르면 다음 주 안에 모두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재허가 심사 대상은 12개 방송 사업자, 146개 방송국이다.
이들 방송은 애초 2024년 12월31일 재허가 기간이 만료됐으나, 지난해 8월 이진숙 위원장이 국회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되고 방통위도 덩달아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재허가 심사를 받지 못한 채로 기한을 넘겼다. 이에 1월23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진숙 위원장은 방송사 재허가 등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2인 방통위가 지상파 재허가 같은 주요 사안을 그대로 의결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해 1월 역시 2인 체제였던 김홍일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의 방통위가 KBS 2TV, SBS 등 지상파 재허가를 의결했을 때도 ‘파행 심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이후 2인 방통위가 의결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방송프로그램 제재조치와 관련한 가처분, 본안 소송 등에서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판결도 수차례 누적됐다.
특히 이번 재허가 대상엔 MBC가 포함되는데, 그동안 MBC에 적대감을 드러내 온 이진숙 위원장이 MBC 재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위원장은 3월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탄핵 심판 사건이 “처음부터 민주당, 민노총, MBC 대 이진숙의 싸움이었다”며 MBC 때문에 탄핵당했다는 투로 주장했다. 3월21일엔 페이스북에서 “Power, use it or lose it! 권력이 있다면 그 힘을 써라, 안 그러면 잃는다”는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글을 공유하며 “MBC는 어떡할 건데? 라고 묻는 분들께 아이디어를 구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언론·시민단체들은 방통위에 재허가 절차 중단을 촉구하며, 방통위 해체 투쟁 조기 돌입을 선언한 상황이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진숙 방통위’는 불법으로 얼룩진 2인 체제 의결을 즉각 중단”하고 “재허가 심사를 공영방송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야욕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어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단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면서 “윤석열과 함께 언론자유를 짓밟은 공범, 이진숙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보수의 여전사’를 자처하는 사람이 어떻게 방송의 자유를 보장할 지상파 재허가를 관장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느냐”면서 “불법 2인 체제 방통위는 즉시 지상파 재허가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 김성관 언론노조 EBS지부장도 “재허가 절차는 반드시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상태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현재 방통위는 이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재허가 기간 만료가 이미 3개월 넘게 지난 점 등을 들어 재허가 심사를 예정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강제로 멈춰 세울 방법도 딱히 없는 실정이다. 이희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의결의 효력이 부정되더라도 그 과정은 가처분과 1심, 2심, 3심을 거치면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니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인 것 같다”면서 “이 자리에서 이진숙이나 김태규에게 (재허가 심사 중단을) 요구하기보다는 우리와 법체계가 유사한 일본이나 독일에서 이미 인정하고 있는 예방적 금지 소송을 도입해 법이 때늦은 사후적 구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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