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방통위' EBS사장 임명 가처분 심문… 재판부 "신속결정"
김유열 전 사장 "2인 방통위 사장 임명으로 EBS 정치적 중립 흔들려"
방통위측 "헌재 방통위원장 탄핵 기각 결정으로 2인 의결 적법" 주장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동호 EBS 사장 임명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심문이 3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날 하루만에 심문을 종결하며 “가능한 신속히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를 상대로 이번 소송을 제기한 김유열 전 EBS 사장은 이날 심문에 앞서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방통위 2인 체제에서의 MBC 이사진 임명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결정이 난지 불과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으나 또 EBS 사장을 선임했다.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2인으로만 결정한 즉시 정치적 중립성은 의심받게 된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이어 “신속하게 심문기일을 잡아 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사장 선임 과정의 불법성 여부는 곧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3월26일 신동호 EBS 사장 임명을 의결했다. 이에 다음 날 김유열 전 사장은 “임명절차의 불법성 시비가 일어난 것은 EBS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무효 확인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심문은 재판부가 방통위의 변론기일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그대로 진행됐다. 방통위는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헌법재판소의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기각 결정을 들어 ‘2인 체제’ 의결이 적법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숙 위원장이 줄기차게 강조하는 주장인데, 실제 헌재의 기각 판결에선 재판관 8인 중 절반이 2인 체제 의결에 대해 “2인 위원만이 재적한 상태에선 방통위가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이 있다”며 탄핵 인용 의견을 낸 바 있다.
방통위 측 대리인인 임무영 변호사는 이날 심문에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행정 행위가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보더라도 명백한 하자가 있어야 되는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라면 일반인이 볼 때 명백한 하자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또 “신청인(김유열 전 사장)은 사장 임기가 종료됐기 때문에 신청인 자격이 없다”며 재판부의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요구했다.
김유열 전 사장 측은 서울행정법원이 지난해 방문진 이사 임명에 대한 효력정지 사건에서 2인 체제 의결이 위법하고 판단했고 그 결정이 대법원에서 최근 확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김 전 사장 측 정민영 변호사는 이날 심문에서 “사장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 선임 전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법률상 근거 조항이 있기 때문에 후임 사장을 임명한 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돼 효력이 없다면 당연히 이 임명 처분의 위법 여부를 다툴 적격이 있다”며 “방문진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판단한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신청인(방통위)은 노조가 일방적으로 야기하는 갈등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이사회 구성원 8인 중에 5인이 계속해서 이 사장 임명 강행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있고, EBS 보직 간부 54인 중에 52인이 사장 임명에 반대하며 보직 사퇴 입장을 발표하기까지 했다”며 “구성원들의 극렬한 반대로 신동호씨는 회사에 출근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 절차까지 진행하고 있다. 통상 재허가 심사위엔 사장이 출석을 하는데 이 상황에서 신동호씨가 사장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 측에 “신동호 사장의 실질적인 업무 수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오늘도 출근을 못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정 변호사는 “신동호 사장이 이사회 간담회 요청을 했는데 과반수인 이사 5인은 위법한 과정을 통해 임명된 사장이기에 간담회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방통위 측 임 변호사는 “이 자체가 현재 EBS 이사회 구성이 정치적이라는 뜻”이라며 “EBS가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EBS의 방송이 그렇게 정치적으로 공정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유열 전 사장은 “저는 집행기관의 장이고 인사권, 예산 편성권, 집행권 등 모든 경영권을 갖고 있는데 경영권이 불법적 상황으로 인해 일거에 박탈을 당했다고 본다”고 했다. ‘EBS 이사회가 정치적’이라는 임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전 사장은 “EBS가 표방하는 표현물의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며 “재임 기간 내내 EBS의 정치적 중립성으로 국회나 시민사회단체, 언론 등으로부터 질타 받은 바가 거의 없다. 이번 불법적인 임명을 통해 나온 이 과정 자체로 EBS가 역대 가장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신동호 사장은 이사회 간담회를 요청하며 또다시 EBS 사옥 출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김 전 사장은 “과반인 이사 다섯 분이 이사회 개최를 거부하며 사장의 위법성이 가려진 이후에 이사회를 개최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사회 간담회를 굳이 본사 건물에서 하겠다고 하는 것은 간담회 목적이 아니고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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