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4일 선고된다. 헌법재판소는 1일 국회와 윤 대통령 양측에 4일 오전 11시를 선고일시로 통보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부터 122일, 탄핵소추안이 통과한 지 111일, 2월25일 변론 절차를 종료하고서는 38일 만이 된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탄핵안 소추부터 선고까지 91일이 걸렸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63일이 소요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쟁점이 명확하고 비교적 간단할 것으로 보였지만 재판관들이 장고를 거듭한 끝에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가장 긴 심리 일수를 기록하게 됐다.
변론은 두 차례 준비기일을 빼고 모두 열한 번 열렸다. 증인 16명을 신문하고 양측의 최종 의견진술까지 재판은 52시간 동안 진행됐다. 주요 쟁점은 ‘비상계엄 요건 위반’, ‘위법적 국무회의’, ‘국회와 선관위 장악 지시’, ‘정치인 체포 지시’로 네 가지다. 하나라도 더는 직무수행을 허용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헌 정도가 중대하다면 재판관 6명 이상 찬성으로 탄핵은 인용된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 자체가 절차적으로 위법했다거나 증인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흠집 내는 데 집중했고 주요 쟁점들을 정면으로 반박해 내지는 못했다. 야당의 대통령 끌어내리기 시도와 입법, 예산 폭거를 바로잡기 위해 ‘경고용 비상계엄’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상 무력으로 대통령직을 지키려 친위쿠데타를 벌였다는 자백에 가깝기도 했다.
그동안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재판관 8명 중 탄핵 인용 대 기각이나 각하가 5대3으로 교착했다는 등의 추론도 나왔다. 재판관 평의는 철통 보안이 지켜졌기 때문에 기자들은 주로 헌재 연구원 출신 학자나 법조인들을 외곽에서 취재했다.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고 보기엔 이미 시일이 너무 지났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런 추론도 합리적인 의심일 뿐 헌재 내부 상황은 알기 어렵다. 3월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을 지켜본 뒤 선고하려 했다는 의심도 있는데 이 사건이 헌재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불확실하다. 한 법조기자는 “반대로 생각하면 한쪽은 무죄 선고로 대권 길이 열린 상황에서 다른 한쪽을 탄핵하는 건 오히려 헌재에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관들의 속내를 짐작하지 못하는 건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차라리 헌재 바깥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는 데 애쓰는 모양새였다. 국회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최근 기각, 각하 쪽에 무게가 실린 지라시가 많이 돌고 있는데 주로 여당 관계자들에게서 공유받고 있다”며 “출처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탄핵 선고가 지연되면서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학자들은 만약 만장일치 인용이 안 되더라도 소수의견으로 기각보다는 그나마 각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헌재가 윤 대통령이 증인을 직접 신문하지 못하게 막은 데다 변론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하는데도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등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국회에서는 자체적인 조사 없이 탄핵안을 통과시켜 절차적으로 위법했다는 주장이 있다.
이마저도 이전 사례에 비춰 보면 타당성이 작다. 노 전 대통령 심판 당시 헌재는 “탄핵은 사인으로서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이라며 방어권을 보장해야 하는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에게는 의견진술 기회조차 없었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헌재는 탄핵안 발의 전 국회의 자체 조사가 필요한 건 아니라며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소추 사유 중 뇌물죄와 강요죄가 철회됐지만 본질적 사실관계는 그대로여서 문제 되지 않았다. 헌재는 소추 사유에 쓰인 주요 사실관계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떤 법 위반을 적용할지는 전적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라고 봐 왔다.
재판관들이 증거 채택 문제로 다투느라 평의에 시간이 걸렸을 가능성도 있다. 12·3 비상계엄과 내란에 관여한 주요 장성들과 경찰 수뇌부의 피의자신문조서가 탄핵 심판의 증거로 쓰일 수 있느냐는 문제다. 하지만 무장한 병력이 국회를 침탈했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놓고 보면 탄핵 결정에는 작은 문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다른 법조기자는 “대통령이 비화폰을 썼으니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는 녹취 같은 물증이 없지 않느냐,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가 정치적으로 오염되지 않았겠느냐는 등을 재판관 몇이 주장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민형사 재판하듯 작은 부분에서 도돌이표처럼 논쟁하느라 길을 잃고 이번 사태의 본질을 몰각하지는 않았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되면 윤 대통령은 곧바로 국정에 복귀한다. 헌재는 선고를 생중계하고 일반인 방청도 평소처럼 허용한다. 윤 대통령이 비판적인 언론사 네 곳을 봉쇄하고 수도와 전기를 끊으라고 지시한 것이 헌법상 언론자유 위반이란 판단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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