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에 광고 경쟁력도 밀리는 방송… 이진숙 방통위가 할 일은?

[방통위·KISDI '2024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성장 멈춘 유료방송, 침체일로 지상파, 쪼그라든 방송광고
"넷플릭스 영향력 강화, 콘텐츠생태계 부정적 영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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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2024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과 방송법 등에 따라 방송시장의 공정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방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자료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것은 경쟁상황을 평가하는 단위 시장 안에 처음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즉 OTT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기존 시장 획정은 ①유료방송시장 ②방송채널거래시장 ③ 방송영상콘텐츠거래시장 ④방송광고시장으로 구분되고 이 중 방송영상콘텐츠거래시장은 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을 의미했는데, 여기 OTT오리지널콘텐츠가 추가됐다.

앞서 전년도(2023년도) 보고서에서 OTT가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주목한 방통위는 지난해 5월 OTT 영향력 분석을 포함한 ‘2024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12월엔 ‘OTT 관련 주요 현황 및 방송시장 영향분석 결과’를 먼저 분석해 제공한 바 있다.

주요 매체별 광고비 비중 추이. / 2024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성장 멈춘 방송시장…광고 평가도 OTT가 앞서

약 20쪽짜리 보고서에 담긴 분석은 간명하다. 국내 방송시장은 성장이 거의 멈췄거나 퇴화하고 있다. 유료방송(IPTV·케이블TV 등) 시장의 성장은 둔해졌고, 성장동력이 떨어진 유료방송과 방송광고시장 침체를 겪는 방송채널 사업자 간의 콘텐츠 대가 산정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K-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열기와 달리 국내 방송영상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전반적으로 정체 또는 축소됐다.

제일 심각한 건 방송광고다. 방송광고시장 규모는 디지털, 인쇄, 옥외광고 등 4대 광고매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36.3%에서 2023년 17.6%로 반 이상 줄었고, 디지털광고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2024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광고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보고서는 “과거엔 광고주들이 방송광고가 주목도와 도달 범위 등에서 뛰어나다고 인식했지만, 최근엔 OTT 광고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며 두 광고 유형 간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며 “디지털 광고 기술의 진화에 따라 광고시장에서 방송광고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TV 자체를 보는 사람과 시간이 줄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전체 방송채널 시청시간은 2020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이며, 2021년부터는 유료방송채널의 이용 시간도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일일 평균 개인의 TV 시청시간은 121분으로 최근 3년간 24.8% 감소했다. 보고서는 “OTT 등 신유형 미디어 서비스 이용 시간 증가에 따른 방송채널 전반의 이용시간 감소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살림이 쪼그라드는데 글로벌 OTT 등의 영향으로 제작비가 치솟으니 콘텐츠 제작 편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2023년 글로벌 OTT 사업자의 제작 수요는 증가했지만, 방송광고시장 위축, 제작단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국내 OTT 사업자와 방송사업자의 제작 수요는 감소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2024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2023년 국내 방송사가 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는 77편으로 전년 대비 6편 줄었고, 국내 OTT는 32편에서 13편으로 반 이상 줄었다. 반면 글로벌 OTT는 21편에서 22편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보고서는 “넷플릭스의 수요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영향력이 과도하게 강화될 경우, 콘텐츠 제작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존재하므로 관련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및 관련 통계자료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받은 이진숙 위원장의 한마디 “%는 퍼센트로 읽어주세요”

콘텐츠 제작시장의 글로벌 OTT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국내 방송산업이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다. 지난해만 해도 여러 학회와 업계가 잇따라 세미나를 열어 정책당국 등에 ‘특단의 대책’을 누차 주문했다. 하지만 여전히 분석과 진단만 쏟아질 뿐, 실행된 것은 없다.

성장이 멈춘 방송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주무 부처 중 하나가 바로 방통위다. 위원장의 의지와 역량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나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결과가 보고된 26일 방통위 전체회의, 긴 보고 내용을 모두 들은 이진숙 위원장이 내놓은 말은 딱 한 마디. “‘%’를 ‘퍼센트’로 읽어달라”는 것뿐이었다. 김태규 부위원장은 원안대로 접수하자는 말만 했다.

일일 평균 TV 시청시간 추이(개인). /2024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연례 보고서에 대해선 으레 별다른 언급 없이 넘어가는 게 관례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해 3월13일, 역시나 ‘2인 체제’였던 당시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2023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가 보고됐다. 보고를 들은 이상인 당시 부위원장은 먼저 평가위원과 방통위 사무처 직원 등의 노고를 격려한 뒤, 넷플릭스 영향력 강화 등에 주목하며 OTT 영향력 확대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 및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홍일 당시 위원장도 “OTT와 방송사업자가 합리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OTT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규제 형평성 확보 등 시의적절한 정책 추진을 사무처에 주문했다.

같은 2인 체제 방통위, 같은 안건을 두고 비교한 것이니 이 또한 ‘민주당이 상임위원 추천을 하지 않아서’라고 하진 못할 것이다. 같은 날 “2인 체제는 합법”이라며 신동호 EBS 사장 임명까지 강행했으니 더 그렇다.

‘규제 형평’ 정책 실행, ‘2인 방통위’도 못할 것 없다?

특히나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 당일 KBS 이사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자 83명의 서류를 1시간 만에 검토해 100분 안에 선임까지 완료할 정도의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으니, 방송시장을 살릴 정책 마련과 추진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뉴시스

이미 정책 제안은 나올 만큼 나왔다. 앞서 방통위도 참여한 국무총리 산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융발위)가 지난해 3월 내놓은 발전 방안들이 있고, 지난해 11월 방통위 후원으로 열린 한국미디어정책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학회 공동 주최 세미나에서도 제도 개선 방안과 정부의 역할 등이 충분히 논의됐다.

방송사업자의 아우성도 커지고 있다. 지상파방송 사업자 단체인 한국방송협회는 21일 정기총회에서 “지체된 규제 개혁이 최우선 과제”라는 데 공감하고 광고규제 개선, 협찬규제 개선, 심의규제 개선, 편성규제 개선, 방송발전기금의 합리적 개선 등 5가지 정책 제안을 정부와 국회 등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진숙 위원장의 방통위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방송시장의 골든타임은 아직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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