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탄핵 기각… '계엄 묵인·가담' 인정 안돼
[87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 복귀]
"계엄 정당성 부여하려 회의 소집 안 해"
헌재, 尹 탄핵 가늠자 국무회의 위법성 판단 미뤄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을 기각했다. 헌재는 한 총리에게 12·3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행위와 관련한 잘못은 없다고 판단했다. 한 총리가 계엄 전 국무위원들의 회의를 소집하기는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도울 의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헌재는 당시 회의를 국무회의라고 볼 수 있는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헌재는 24일 재판관 8명 중 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의 의견으로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한 총리는 계엄령을 묵인하거나 방조하고 내란에 가담했다는 등 이유로 지난해 12월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변론기일은 2월19일 한 차례 이뤄졌다. 한 총리는 8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다.
각하 의견을 낸 정형식, 조한창 두 명을 제외한 다른 재판관 6명 모두 한 총리에게 비상계엄과 관련해 위헌, 위법행위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39쪽에 이르는 결정문에서 일단 “한 총리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 총리는 계엄 당일 국무위원들을 불러 모은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다시 생각하시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주장해 왔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국무회의의 위법성에 관해서는 판단을 피했다. 헌재는 한 총리가 “회의 소집을 건의”했다고만 표현했을 뿐 결정문에서 이를 정식 국무회의로 지칭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계엄 당일 회의가 절차적으로 위법했다고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로 판단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2월20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통상의 국무회의와는 매우 달랐고 실체적, 형식적 흠결이 있었다”면서도 “국무회의인지는 개인이 판단할 일이 아니”라며 명확한 증언은 거부했다. 당시 회의에는 계엄사령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고 국무회의에 있어야 할 일련번호와 개의·폐회 선언, 안건 상정, 회의록, 부서 등도 없었다.
국회는 한 총리가 내란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더라도 국정 제2인자로서 내란 행위를 진압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결정문에 이유를 적지 않았다. 정계선 재판관은 유일하게 탄핵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내란죄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와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만 이유가 된다고 인정했다.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 소추가 적법했는지에 대해서는 재판관들은 “권한대행이라는 공직이 새로 창설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대통령 탄핵에 필요한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은 불필요하고 2분의 1 이상 찬성이면 된다고 봤다.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권한대행자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라며 각하 의견을 냈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2월25일 변론절차를 마쳤지만 한 달이 되도록 아직 선고일은 지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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