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필사적 민주주의' 필사책 출간

12·3 비상계엄 이후 기사·칼럼 82편
2030세대 '텍스트힙' 필사 문화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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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수호 에디션’으로 크게 호응받은 한겨레가 기사와 칼럼을 손으로 베껴 쓸 수 있는 필사책 <내가 쓰는 필사적 민주주의>를 새 상품으로 내놓았다. 한겨레는 언론사에서 이례적인 상품기획부를 만들고 상품 판매 수익을 주요 매출원 중 하나로 만들 계획이다.

한겨레는 13일 네이버 포털의 브랜드 스토어에서 <내가 쓰는 필사적 민주주의> 판매를 시작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나온 한겨레 기사와 칼럼 82편을 간추려 담은 필사책이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원문이 있고 오른쪽은 빈 종이로 돼 있다. 글씨를 쓰기 좋게 180도로 완전히 펼쳐진다.

한겨레가 13일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한 <내가 쓰는 필사적 민주주의>. 예약 주문을 받아 인쇄하기 때문에 아직 실제 책이 나오지 않았다.

책 제목에는 필사라는 간절한 행동과 민주주의 수호의 열망이 담겼다. 한겨레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언론이라는 메시지도 준다. 꼭 민주적 가치를 논하지 않아도 통찰력을 주거나 아름다운 문장들도 필사할 글로 골라 넣었다. QR코드가 있어 글마다 전문을 읽을 수 있다.

필사책 출간은 종이신문과 가깝지 않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시도이기도 하다. 황예랑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장은 “2030세대는 종이신문을 오래 간직할 가치가 있는 일종의 굿즈처럼 여기는데 필사는 신문보다도 생명이 길다는 점에 주목해 상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필사는 독서를 멋지다고 여기는 ‘텍스트힙’ 문화의 하나로 2030세대는 ‘문장 수집’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어휘력과 문장력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디지털 피로감을 덜고 몰입하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단순히 읽기를 넘어 의미를 내면화할 수 있어 자기 계발이 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해시태그 ‘필사스타그램’이 12만 건 넘게 검색된다. 필사책도 최근 몇 년 사이 매년 수십 종씩 출간되고 있다. 문학뿐만 아니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12·3 비상계엄 한 달 전 출간된 <헌법 필사>는 계엄령 이후 10배 넘게 팔리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3월3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정치 부문 베스트셀러 3위에 올라 있는 '헌법필사' 책. /한국기자협회

올해 초 한겨레에 만들어진 상품기획부는 이 같은 흐름과 수요를 알아챘다. 황 실장은 “수익원을 광고와 구독 두 축에서 벗어나려 상품 판매를 오래 구상해 왔다”며 “지난번 ‘민주주의 수호 에디션’의 성공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인해 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발행한 호외와 특별판을 묶어 ‘민주주의 수호 에디션’으로 내놓았는데 구매자가 몰리면서 준비한 물량 1만여 묶음이 판매 즉시 동났다. 날짜가 지난 신문을 다시 인쇄하고 더욱이 이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었다.

한겨레는 올해 하반기 상품기획부에서 만든 상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상품 판매를 포함해 포털과 유튜브 광고를 포함한 온라인 수익 비중을 지금의 10%대에서 2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한겨레의 보도와 콘텐츠에서 비롯된 상품 개발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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