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를 24일 오전 10시에 한다고 20일 알렸다.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지 87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헌재 변론이 열린 지 33일 만에 선고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는 다음 주 후반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헌재에 탄핵안이 제출된 지 100일을 넘기게 되는 셈이다. 26일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법 2심 선고까지 예정돼 있어 다음 주가 “운명의 1주일”(조선일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전국 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 헤드라인은 크게 두 개로 갈렸다. 국민일보와 조선일보가 한덕수 총리 탄핵 선고일이 윤 대통령보다 먼저 잡힌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전했고, 경향·서울신문과 동아·세계·중앙일보, 한겨레는 연금개혁안이 18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식을 톱으로 보도했다.
한국일보만 달랐는데, 20일 헌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던 중 백혜련 의원이 누군가 던진 계란에 맞은 사진과 함께 도 넘은 ‘정치 폭력’을 1면에 내세웠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계란으로 범벅이 된 백 의원 사진을 1면에 실었다. 9대 조간신문 중 조선일보만 유일하게 백 의원 사진을 지면에 싣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계란 투척 사례 외에 “방탄복을 입은 야당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몸조심하라’고 협박”하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는 두 명이나 목숨을 끊”은 일을 언급하며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내전 직전 수준으로 쪼개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갈등을 풀어야 할 정치권이 되레 선동하며 국민을 진영 대결에 동원한 결과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2면에 백 의원 사진과 함께 <윤 선고 지연에 거칠어진 거리…야당의원에 계란까지>란 기사를 싣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 발표가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찬탄·반탄 양 진영 간 집회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야당 의원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자 경찰은 부랴부랴 경비태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중앙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헌재 정문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약 2m 높이의 투명 벽과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헌재 직원·기자 등 신원이 확인된 사람을 제외한 모든 보행자의 통행을 막았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에 대해선 헌재 밖 약 300m에서부터 통행을 제지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 선고 지연으로 광장이 과열되는 등 혼란과 혼선이 커지는 가운데, 24일 한 총리 탄핵 선고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의 “예고편”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2면 기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를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며 “한 총리 탄핵 사유에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도 포함돼 있는데, 이런 행위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인지 판단하려면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도 평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총리 사건을 윤 대통령 탄핵과 바로 연관 짓기 어려울 거란 반론도 있다. 경향신문 4면 기사에서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가 윤 대통령과는 다르기 때문에 총리 탄핵 결정에 계엄의 위헌·위법성이 크게 적시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계엄을 주도했고 내란 행위를 일으켰다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한 총리는 사전에 알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공범으로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경향은 또 “전문가들은 헌재가 한 총리 탄핵 심판 결정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앞서 하는 것에 대해선 ‘안전한 길’을 택했다고 평가했다”면서 “대통령 탄핵 심판 쟁점을 놓고 재판관들의 평의가 계속 길어지는 만큼 비교적 논리가 간단한 다른 사건을 먼저 선고해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한 것 아니겠냐는”는 분석도 덧붙였다.
한겨레는 국정 불확실성 해소 쪽에 무게를 둔 분석을 내놨다. 한겨레는 5면 기사에서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국정이 불안정한 상황을 윤 대통령 선고 전에 해소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또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변론이 종결된 사건들의 결론을 앞서서 내놓는 게 공정하다는 윤 대통령 쪽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면서 “한 총리 사건까지 먼저 처리하면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해 헌재가 절차를 서둘렀다는 윤 대통령 쪽과 여권의 공격도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언제 나는 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이르면 다음 주 후반(27~28일)에서 4월 초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탄핵 선고 당일엔 헌재 인근 학교를 모두 휴교하겠다는 게 서울교육청 방침인데 수요일인 26일엔 전국 고등학교에서 모의고사가 치러지기 때문에 휴교를 할 수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고, 정기선고일인 27일 목요일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조선일보는 “헌재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헌법소원 등 각종 일반 사건에 대해 선고를 한다는 점도 변수”라며 “만약 일반 사건 선고 일정이 잡힐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4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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