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립군산대 총장의 비위를 폭로한 전주MBC 영상기자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압수수색 장면을 총장실 밖에서 촬영했는데도 총장 전용 통로에 서 있었으니 침입죄가 된다는 것이다. 전국MBC 기자회는 검찰이 비판 언론 입막음에 동참했다고 규탄했다.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은 7일 전주MBC 영상기자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3월 군산대가 취재팀을 고발한 지 1년 만이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영상기자를 포함한 취재팀 3명 모두를 피의자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요청한 뒤 취재기자와 오디오맨은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문제 삼은 건 2023년 11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사기 등 혐의로 이장호 군산대 총장을 압수수색할 때 영상기자가 총장실로 이어지는 총장 전용 통로에 들어왔다는 부분이다. 당시 영상기자는 총장실에는 발을 들이지 않고 2분 가까이 통로에만 서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내부를 당겨 찍었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취재기자가 총장 부속실에서 비서들과 대화하며 시선을 끄는 사이 영상기자가 통로에 무단으로 들어선 것처럼 썼다. 통로에는 출입이 허용되지 않겠다고 인지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건조물 침입죄는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기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 선까지만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해 총장실 밖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더욱이 안에 있는 해경 수사관들이 저를 보고도 찍지 말라고 제지하거나 나가라고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잠깐 촬영만 끝내고 곧장 나왔다”고 말했다.
건조물 침입은 겉보기에 객관적으로 ‘침입’이라 할 만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기자의 출입을 꺼린다는 총장의 주관적인 속마음만으로는 범죄가 되기 어렵다. 현장에는 통로의 문이 완전히 열려 있었고 출입 금지 표시가 없었다. 영상기자는 크기가 커 촬영 사실을 숨기기 어려운 ENG 카메라를 사용했다.
그럼에도 군산대는 총장실과 전용 통로까지 내부적으로 통제구역으로 관리하고 있으니 침입이라고 주장했다. 전주MBC 측은 통제구역임을 전혀 알 수 없는데도 이를 강요하는 건 기자에게 내부 가훈을 지키라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기자협회보는 20일 전주지검 군산지청장에게 어떤 근거로 침입을 판단했는지 물으려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정영태 변호사는 “검찰은 통로에 들어갈 때 대학 측의 명시적 동의가 없었던 점에만 중점을 두고 기소한 것 같다”며 “그렇지만 총장실과 붙은 부속실 출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 데다 통로에서 머문 시간도 짧았고 전체적으로 공적 대상에 대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취재였는데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주MBC는 이장호 총장의 비위를 처음으로 보도했고 이후에도 가장 비판적으로 보도를 이어갔다. 전국MBC 기자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이 총장의 비위는 전주MBC의 끈질긴 특종보도로 알려졌고 그 결과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며 “검찰이 사소한 흠결로 언론을 겁박하고 재갈을 물리려는 후안무치한 권력자와 공범이 되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2023년 10월 전주MBC는 이 총장이 군산대 해상풍력연구원에서 교수로 일할 때 국가에서 받은 연구비는 수백차례 회식비로 유용하고 정작 127억원 규모 연구사업은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 총장은 한우와 참치, 장어 등 고급 식당에서 모두 380여 차례 연구비를 사용했다. 이 보도로 취재팀은 전북기자협회 올해의 전북기자상 본상을 받기도 했다.
이 총장은 국책사업비 22억 원 부정수급과 연구원 인건비 2700만원 착복, 3억원의 뇌물수수 약속 등 혐의를 받는다. 뇌물은 실제로 받지 않고 받기로 약정만 해도 뇌물죄가 성립한다. 이 총장은 해경 수사로 지난해 8월 구속됐고 19일 만에 보증금 3억원을 내고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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