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방송사 소유제한 등 방송법을 위반한 ㈜삼라, ㈜마금 등 기업 두 곳을 네 차례 시정명령 끝에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지난 4~5년간 방통위는 이들 기업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행기간이 지났음에도 위법 상태가 지속됐다는 이유다. 방송법엔 방통위의 시정명령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방통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기업의 지상파방송사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한 채 ubc울산방송 지분 30%를 소유한 삼라와 방통위의 승인을 얻지 않고 대구MBC 지분 32.5%를 보유한 마금을 관계기관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상파방송사 주주에게는 방송사 경영과 관련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높은 공적 책임 요구되고 방송법 준수는 주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라며 “그렇지만 4차례 걸쳐 시정명령을 부과했음에도 4년 넘는 시간동안 위법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또 다시 시정명령을 내리기보다는 법과 원칙에 따라 관계기관 고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021년 모그룹인 SM그룹이 자산총액 10조원을 넘는 대기업에 지정되면서 울산방송 대주주인 삼라는 방송법에 따라 지상파 주식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방통위는 그해 7월부터 네 차례 시정명령을 부과했으나, 삼라는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사정을 들며 울산방송 지분 30%를 계속 보유 중이었다.
하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 울산방송지부는 SM그룹이 울산방송 지분 매각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방통위의 고발 조치에도 SM그룹이 울산방송 지분을 처분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울산방송지부는 이날 방통위의 삼라 고발 의결에 대해 “만시지탄의 조치이기는 하지만, 이번 고발을 계기로 부도덕한 지상파사업자의 방송법 위반 행위가 4년 남도록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은 명백히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울산방송지부는 SM그룹에 대해선 “그간 4차례에 걸친 방통위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SM그룹은 노력을 얼마나 기울여왔는지 극히 의심스럽다”며 “오히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지상파방송사 최대주주라는 점을 앞세워 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들의 인허가 로비 창구 등으로 활용해 왔던 사실까지 분명히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발 대상이 된 마금의 경우 2019년 12월 대구MBC 주식을 취득해 2대 주주가 됐다. 방송법상 방송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을 30% 이상 취득하는 경우, 경영권을 지배하는 자에 해당돼 방통위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듬해 1월 방통위에 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했으나, 투기 목적 등이 의심된다며 방통위가 의결을 보류했고, 마금은 변경승인 신청을 철회했다. 방통위는 2020년 6월 이후 네 차례 마금에 승인되지 않은 지분의 처분을 명령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이날 방통위는 경남기업에 대해선 지상파 소유제한 위반으로, SBS엔 대기업의 미디어렙사 소유제한 규정 위반으로 네 번째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의결했다. YTN DMB 지분을 17.26% 소유한 경남기업은 SM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로, 방송법에 명시된 대기업의 지상파방송사업자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시정명령으로 경남기업은 6개월 이내에 방송법 제8조제3항에 따른 지상파방송사업자 소유제한 위반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SBS는 자사 미디어렙사인 SBS M&C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는데 미디어렙법 따르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소속회사는 미디어렙사 주식의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2022년 5월 SBS의 최대주주인 태영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다만 오는 5월 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 발표에서 태영은 자산 10조원 이상 집단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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