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148개의 촛불이 어둠 속에서 별처럼 나지막이 빛났다. 계명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학생들이 한 손엔 희미하게 떨리는 촛불을 쥐고, 다른 한 손은 조심스레 들어 올린 채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선서를 읊조렸다.
“나는 인간의 생명을 지키며, 간호사로서 소명을 다할 것을 선서합니다.”
고요한 존슨홀을 채운 그들의 목소리엔 경건함과 설렘이 뒤섞였다. 3월7일, 2025학년도 나이팅게일 선서식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촛불의 따뜻한 빛과는 달리 간호학과 학생들이 마주한 현실은 차갑고 가혹하다. 전공의들의 줄 이은 사직과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촉발된 의료 대란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대학병원의 병동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이 여파로 간호사 채용이 급격히 위축됐고, 올해 간호학과 졸업 예정자 가운데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사람은 고작 30%에 머물렀다. 의료 대란의 그늘이 이제는 간호학과 학생들의 꿈마저 흔들고 있다.
설령 취업의 높은 문턱을 어렵게 넘어선다고 하더라도, 간호사로 살아남는 일은 그보다 더 험난하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간호사의 평균 근속 연수는 일반 직장인의 절반인 7년 8개월에 불과하다. 특히 신규 간호사의 절반 이상(52.8%)은 과도한 업무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채 입사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
이들이 선서식의 촛불 아래 새긴 숭고한 다짐이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빛이 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인력 배치와 안정적인 업무 환경이라는 사회적 지지가 절실하다. 그들의 꿈이 스러지지 않도록, 이제 사회가 나서서 함께 그 촛불을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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