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해충돌 보고했다"… 류희림 '민원사주' 정황 증언
장경식 전 단장 "양심 가책... 사실대로 증언"
권익위에 허위진술… 당시 류 위원장 "고맙다, 챙겨줄 것"
방심위 노조, 권익위 재조사 촉구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측근인 장경식 전 국제협력단장이 류 위원장에게 심의민원 사주와 관련한 이해충돌 상황을 보고했다고 국회에서 시인했다. 이전까지의 거짓 증언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며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방심위 노조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재조사를 촉구했다.
장 전 단장은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동생 류희목씨의 민원 사실을 류 위원장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위원장이 류 위원장이 이해충돌 문제 상황을 잘 찾았다며 자신에게 극찬해 줬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종편보도채널팀장이던 2023년 9월 장 전 단장은 실무자가 작성한 이해충돌 보고서를 류 위원장에게 보고했다.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이 제기된 뒤 장 전 단장은 지난해 1월 실국장급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올해 초 류 위원장에게 반기를 든 간부들의 보직 줄사퇴에 동참했다.
장 전 단장은 류 위원장이 허위진술을 격려한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권익위에서 조사를 받을 때 류 위원장은 이해충돌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두둔했더니 류 위원장에게서 ‘고맙다, 잘 챙겨주겠다’는 말을 두 차례 들었다는 것이다. 장 전 단장은 류 위원장이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장 전 단장은 이전까지 국회에 여러 차례 출석해 보고 사실이 없다며 거짓 증언했다. 장 전 단장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의원들께 말씀드려 양심의 가책과 심적 고통을 많이 겪었다”며 “있는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게 맞겠다 싶었다. 여기서 번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회에 불출석한 류 위원장은 기자협회보의 반론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국회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 류 위원장은 “위원회 민원 관련 현안질의는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썼다.
방심위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은 장 전 단장을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경찰, 권익위, 방심위 모두 면죄부 발행을 위한 엉터리 조사였음이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김준희 노조위원장은 “스모킹건이 확인됐다”며 “권익위의 즉각적인 재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7월 관계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가 불분명하다며 7개월 만에 조사를 방심위로 넘겼다. 방심위 감사실은 또 7개월이 흐른 지난달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의 민원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권익위에 조사 결과를 회신했다.
노조는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한 증인들은 하루빨리 자백하고 선처를 구하라”고 요구했다. 국회에서 위증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위증이 드러나기 전 자백하면 고발하지 않을 수 있고, 고발돼도 감경되거나 아예 면책된다.
국회 과방위는 박종현 감사실장에게 민원사주 사건을 다시 조사하라고 주문했다. 박 감사실장은 “법과 규정에 따라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올해 초 보직사퇴에 동참하지 않은 유일한 간부로 류 위원장의 최측근이다.
류 위원장은 2023년 9월 가족과 지인, 전 직장 동료 등을 시켜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들을 징계하라는 민원을 내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최소 40명이 오탈자까지 같은 심의민원 104건을 제출했다.
방심위는 이 민원을 바탕으로 2023년 11월 MBC를 비롯한 4개 방송사에 총 1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해충돌 상황을 알면서도 피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무원 지위가 아닌 방심위원은 작은 비위로도 대통령이 해촉할 사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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