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에 국격 하락, 민주주의 지수도 역대 '최악'

영국EIU '민주주의 지수 2024' 10계단 하락
'완전한 민주주의'에 '결함있는 민주주의'로
"글로벌 투자자 참고 지표… 허투루 봐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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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이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얼마나 후퇴시켰는지가 수치로 확인됐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월27일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Democracy index 2024)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성숙도는 전 세계 167개 국가 중 32위로 전년보다 10단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IU는 한국이 ‘완전한 민주주의’로 분류되는 기준점(8.00점) 아래로 떨어져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강등됐다고 밝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월27일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Democracy index 2024). 한국이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고, 민주주의 총점 순위도 10계단 하락했다.

한국의 민주주의 총점은 10점 만점에 7.75점을 기록했다. 이는 2006년 EIU가 지수 산출을 시작한 이래 한국이 받은 가장 낮은 점수다. 2023년(8.09점)보다 0.34점 하락하면서 순위도 10계단 내려갔는데, 이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된 46개국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EIU는 해당 보고서에서 “2024년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주도의 의회를 ‘반국가 행위’라고 비난하며 계엄령을 선포했다”면서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시도는 한국 정치 시스템의 제도적, 행동적 약점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EIU는 이어 계엄령이 국회의 의결로 해제되고, 탄핵소추안 통과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을 전하며 “한국의 국회와 일반 대중은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광범위한 존중을 보여줬지만, 이 사건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비교적 짧고(37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EIU는 또 “계엄령 선포 시도로 인한 후유증은 2025년에도 의회와 국민 사이에 양극화와 긴장이 고조되는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은 점점 더 정치화되고 법은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포함 소득 수준이 높은 12개 국가에서 민주주의 작동에 대한 사람들의 만족도(평균값)가 낮아지고 불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한국 “민주주의 건강 회복에 힘써야”

일부 신문들은 사설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1일자 신문 〈韓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EIU 평가 10계단 하락〉 사설에서 “12·3 비상계엄 이후 국정 리더십 부재에 따른 국내적 혼란과 갈등 격화, 국제 신인도 하락은 이미 국민 모두가 깊이 체감하고 있는 터지만 느닷없는 계엄령으로 우리 민주주의가 입은 피해가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평가를 통해 점수·순위의 하락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한번 떨어진 국제적 평판을 만회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당장 그 추락이 다른 분야의 평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허투루 넘겨버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1일자 사설.

이어 동아는 “더 큰 문제는 계엄 후폭풍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둘러싼 관저 공방전과 법원 폭력 난동 등 새해 들어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들은 이번 EIU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조만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도 예측 불허”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 뒤 헌재 주변에서 벌어질 군중 간 대결도 세계는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며 “명분도 요건도 부족했던 비상계엄은 이미 국민 가슴에 깊은 내상을 남겼고 국격 추락이란 결과도 낳았다. 그 실책을 바로잡기 위한 더딘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내부 갈등은 커졌지만 그것이 민주주의 정상화를 위한 일시적 진통이 될지언정 더 큰 분열로 ‘복구 불가’ 판정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도 같은 날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추락 한국...회복 저력 보여줄 때〉란 제하의 사설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의 EIU 민주주의 지수 하락은 그 자체로도 충격이지만, 지수가 낮아지면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의 신뢰도가 훼손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EIU 지수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참고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1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특히 “EIU는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약점으로 대통령 계엄선포권이 헌법에 명시된 점을 들었다. 정당 간 비타협적 태도, 극심한 정치 양극화로 인한 정치적 폭력 등 한국 정치 문화의 후진성도 진단했다”면서 “이는 우리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는 병증이지만, 차일피일 치료를 미루면서 키운 고질병들이다.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만성 질환을 치유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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