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고 임박, 긴장 고조... 기자 안전대책 마련돼있나

지지자 등에 위협감… 각 사들, 풀기자단 구성·바디캠 지급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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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되며 헌법재판소의 선고만을 남겨두게 됐다. 취재진과 시민들이 대거 몰릴 선고 당일, 헌재 주변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변론 기일 때마다 헌재 인근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돼 왔다. 그 현장을 지켜본 기자들은 이들이 쓰는 단어들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으며, 위협감을 느끼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로부터 취재진이 무차별 폭행을 당해 큰 충격을 안긴 1월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 등의 전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때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을 앞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경찰 병력이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각 언론사 뉴스룸에서도 탄핵 심판 선고 당일을 대비해 취재진 안전 대책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집회 현장으로부터 안전거리 확보가 대표적이다. 일부 방송사들은 집회 내부에 깊숙이 들어가기보다는 현장을 다른 각도에서 스케치할만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기자들에게 △최대한 안전거리 유지 △경찰 인근서 취재 △격한 집회의 경우 가능하면 타사 등과 몇 명씩 그룹으로 취재 △현장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철수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KBS, MBC, SBS, YTN, MBN 등 5개 방송사에선 영상 기자 풀(POOL)단 구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BS 보도국 간부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건 아니지만, 5개사가 현장에서 취재진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카메라,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자들에겐 만약 집회 현장을 취재하더라도 ENG카메라 사용 자제, 집회 참가자 인터뷰 자제, 집회 참가자들의 폭언에도 감정적 대응 자제 등의 지시를 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후적인 조치이지만 MBC, MBN은 취재진에게 ‘바디캠’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서부지법 사태 당시 큰 피해를 겪은 두 방송사는 취재진을 공격한 시위대에 대해 형사고소를 진행했는데,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영상 증거를 통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취지다. MBN 보도국 관계자는 “트라우마 치료 지원 등 취재진 보호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며 “공격에 대비해 두꺼운 옷을 착용하고, 적극적인 대응보다 거리를 두고 취재하라고도 지시했다”고 말했다.


취재진 추가 인력 배치도 고려 중이다. 영상 기자 데스크를 맡고 있는 현기택 MBC 기자는 “보통 영상 기자, 오디오맨 2명이 짝을 지어 가는데 그 날은 3명으로 인원을 늘려 보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 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는 동안엔 뷰파인더로만 상황을 보기 때문에 뒤쪽, 옆쪽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며 “한 명이 더 가서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기기 전에 차단을 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선고 당시에도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취재진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매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기자들이 시위대가 휘두른 주먹에, 심지어 철제 사다리로 폭행당하거나 위에서 날아온 물체에 머리를 맞아 출혈이 발생하는 등 피해는 상당했다.


서부지법 사태처럼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진 않고 있지만, 최근 탄핵 반대 집회 취재 현장에서 기자들은 자칫 신변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을 여전히 겪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기자들에게 평소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계정을 보여 달라면서 ‘사상검증’을 하거나, 특정 매체를 알아본 시위대가 취재진을 둘러싸는 아찔한 일도 있었다. 때문에 기자들은 시위 참여자가 주는 피켓을 받아 취재에 임하고, 언론사 로고가 없는 카메라나 마이크를 쓰거나, 심지어는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찍어 집회를 생중계하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싱크(음성)를 따는 등의 고육지책을 쓰기도 한다.


한 JTBC 기자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땐 칼부림 난동이 있기도 했다. 그때보다 더 과열된 양상이고, 특히 서부지법 폭동도 있었기 때문에 헌재 선고 당일 그런 상황이 안 벌어지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라며 “여러 명의 취재진들이 뭉쳐 다니는 방법도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취재 윤리라는 것에 조금 반할 수 있겠지만 안전을 위해 로고가 없는 카메라를 쓰거나 비밀 취재를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 안전을 위한 대응이 시위대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는 뉴스룸의 고민도 나온다. MBC 보도국 관계자는 “경호 인력을 붙이는 방안이 언급돼 안에서 여러 논의를 했는데, 기자들 사이에선 시위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며 “오히려 현장 기자들에게 재량권을 주라는 요구가 있어 현장의 판단을 우선시하겠다는 점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부지법 사태 직후인 1월22일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취재진 안전 보장을 위한 ‘집회·시위 취재시 안전을 위한 유의 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안전거리 및 퇴로 확보 △취재진을 보호할 추가 인력 배치나 경찰 인근 위치 선정 △취재 데스크는 현장 취재진의 안전을 최우선 고려 등을 담은 지침이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은 “언론이 이미 여러 번 문제의 상황을 겪은 건데, 헌재 선고 당일엔 위험 지역에 취재를 보내는 것에 준해 각 사가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며 “취재진 안전 장비 점검뿐만 아니라 취재진 배치 장소, 경찰 위치 확인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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