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내란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헌법재판소의 신뢰를 흔드는 허위정보가 온라인에서 들끓자 강한 규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사회를 교란하는 허위정보는 유포자를 처벌하기보다 확산의 주요 경로인 플랫폼과 언론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 수익자에게 규제를 부담시키는 방법이다.
일단 허위정보 유포를 직접 처벌하는 입법은 어렵다. 이미 2010년 헌법재판소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전기통신기본법에 위헌 결정을 내려 해당 조항을 즉시 폐기했다. 공익 개념이 불분명한 탓에 이 법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처벌하고 표현의 자유를 옥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허위정보의 위험성이 과소평가 돼야 하는 건 아니다. 허위 정보는 단순히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수준을 넘어 갈수록 안보나 선거, 경제 등 공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나온 위헌 결정의 발단인 ‘미네르바 사건’에서도 외환보유고 문제로 정부가 몰래 긴급조치에 나섰다는 허위 주장으로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허위정보 규제를 연구해 온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결국 규제는 필요하지만 책임을 지울 곳은 이용자를 끌어모아 돈을 버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국내 허위정보 저수지로 불리는 ‘디시인사이드’는 연간 200억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유포자 처벌은 손쉽고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인터넷 검열로 민주주의를 퇴행시켜 잃는 바가 더 크다.
최 조사관은 플랫폼의 자율규제를 법적으로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용자가 문제 게시글을 발견하면 신고할 수 있는 절차와 허위·조작성 판단 기준을 플랫폼이 스스로 마련하고 게시물 삭제나 계정 정지 등 제재 방법을 두도록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대신 조치 내용을 공개해 감시와 통제를 받게 강제하고 이를 게을리하면 그때 과징금을 매기는 등 책임을 물릴 수 있다.
그는 “유튜브 같은 해외사업자에게 이행을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이들도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 제도를 존중해 수용하기 때문에 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며 “한국은 이용자가 많은 큰 시장이어서 우리 법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자율규제를 하면 꼭 위법한 정도가 아니어도 허위조작이 의심되면 폭넓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자율적인 책임이 요구되는 건 폭발테러를 선동하는 등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 아닌데도 정부가 인터넷 게시물을 직접 통제하는 사회는 음모론에 더 취약해지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정보를 숨긴다고 생각하는 수용자일수록 음모론을 쉽게 믿는 경향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공식적 정보는 진실하지 않고 오염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성 언론이 오히려 허위정보를 확산하는 경로가 되는 문제도 있다. 13일 국민의힘은 전날 생성돼 디시인사이드 등에서 떠돌던 허위정보를 바탕으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미성년자 음란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으니 사퇴하라고 논평했다.
댓글 이미지가 조작·합성된 사실은 곧장 당일 드러났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국민의힘 논평을 다룬 12개 일간신문 중 조작 사실을 지적한 언론은 한국일보와 동아일보 두 곳에 불과했다. 중앙일보와 서울신문은 음란 댓글 게시가 타당성 있는 의혹인 듯 전제한 사설을 쓰기도 했다.
허위정보로 이익을 크게 본 언론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한 스카이데일리는 이 보도로 한 달 새 구독자를 3만명 늘렸다고 홍보했다. 이 보도의 시작점은 지난해 12월26일 게재된 칼럼으로 전날 나온 극우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국방TV’의 허위 주장을 받은 내용이었다.
언론에도 자율적인 책임이 요구된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스카이데일리에 이례적으로 중징계인 ‘자사게재 경고’를 21일 통지했다. 48시간 동안은 징계 사실을 자사 홈페이지에 띄워야 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신문윤리위는 스카이데일리를 서약사에서 퇴출할 수도 있다. 과징금 같은 직접적인 징계는 아니지만 언론에 필수적인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제재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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