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보도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탄핵 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비상계엄 관련자들 증언에 대한 검증보도가 부실할 뿐만 아니라 기자들이 발제한 단독 리포트마저 불방되는 사례가 있다는 문제제기도 잇따른다. KBS 기자들은 현 통합뉴스룸(보도국) 간부들과 자사 보도에 대해 권력 비판 보도에 소극적이었던 박민 전 사장 체제 당시로 회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도국 간부를 향한 내부의 비판 목소리가 공개 성명 등으로 분출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자들은 임계점까지 끓어 오른 상태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17일 KBS 기자협회는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사건팀에서 취재 제작해 데스크 사인까지 난 ‘헌재 인근 집회 몸살’이라는 아이템이 사실상 불방된” 사안을 언급하며 기자들이 좌절감과 불신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 현장 기자들과 국·주간단 간 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KBS 기자협회에 따르면 해당 리포트는 장기간 집회로 고통을 겪는 헌법재판소 인근 주민들의 제보와 단독성 팩트 취재까지 거쳐 제작됐으나, 탄핵 반대 집회 현장만 있다는 이유로 불방됐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정인성 통합뉴스룸국장은 “아이템 발제와 취재계획 반영 과정 등에서 저희에게 뭔가 미스가 있었던 거 같다. 시스템을 정비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답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탄핵 심판에서 비상계엄 관련자의 핵심 증언 누락,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정치인 체포 메모 관련 단독 리포트 불방 등을 두고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KBS본부는 7일 성명에서 전날 ‘뉴스9’에 보도된 <707단장 “임무는 국회봉쇄”…“‘끌어내라’ 지시 없었다”> 리포트에 대해 “김현태 707특임단장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는 부분만 부각하고 이후 진술을 번복해 검찰에서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인정한 것은 쏙 빼버렸다”며 “더구나 취재 기자의 초고에는 김 단장이 검찰 진술 내용을 인정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박희봉 사회부장이 원고를 수정한 뒤 삭제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일(6일) 뉴스엔 홍 전 차장 정치인 체포 메모를 뒷받침하는 검찰 조사 내용이 단독 리포트로 보도될 예정이었지만 해당 리포트는 방송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빠졌다. 아예 원고 데스킹조차 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고 밝혔다.
KBS 기자들은 노조 성명 등에 언급된 사안 외에도 비상계엄, 명태균 게이트 관련 뉴스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A 기자는 “최근엔 명태균 측이 주장한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전화해 장관 자리를 제안했다’는 관련 보도가 누락됐고, 민주당이 공개한 명씨의 경호처 인사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 관련 보도가 안 되는 등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보도국 간부 본인들은 중립적으로 잘하고 있다, 기계적 균형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들어선 신임 사장의 보도국 인사를 두고 일부 기자들 은 자사 보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B 기자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인상을 많이 받고 있다”며 “굳이 예상을 하자면 언론관, 보도 원칙 같은 문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탄핵 기각을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둔 포지션이지 않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동기가 불분명해 보인다는 얘기들을 구성원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자들의 취재 역량 문제라기보다 발제가 되고 제작까지 들어갔다가 취소되는 일이 일어나는 건데, 현장 기자들의 사기 저하가 가장 우려된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시국이 지나고 나서 시민들이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지 걱정이 된다. 그래도 KBS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정도의 인상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결국 또다시 기자들의 자괴감만 쌓이고 있다”고 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