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너무 잘 아는 정치인 그리고 언론유착

[언론 다시보기]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언론유착’ 의혹에 CBS <김현정의 뉴스쇼>(이하 뉴스쇼)가 소환됐다. 화제성이 큰 정치인과 청취율이 높은 방송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단도직입으로 묻겠다. ‘유착’인가?


뉴스토마토 단독 보도에 따르면, 개혁신당에 제공된 비교섭단체 정책지원비 중 6000만원이 이준석 의원의 주도하에 민컨설팅에 지급됐다. 민컨설팅은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박성민씨가 대표로 있는 정치컨설팅 업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에게도 500만원이 지출된다고 한다. 이준석 의원이 당 정책 역량을 키우라고 제공되는 국민 세금을 본인의 지지세를 높이기 위해 TV 노출도가 높은 이들을 선별해 사적으로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보도와 함께 뉴스쇼가 소환됐다. 박성민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건 코너에서 이준석 의원에 우호적인 발언들을 해왔다는 얘기다. 이준석 의원 또한 고정 출연 중인 방송프로그램이다.


여기에 허은아 전 대표가 기름을 부었다. 개혁신당 의원들이 속한 모바일 메신저 내용을 캡처해 공개하며 ‘이준석 의원이 뉴스쇼 제작진에 신당 지지율 17.7% 나온 그래프를 보내주라’고 했더니 실제 방송에 나왔다면서 “언론유착”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쇼 측은 곧바로 “어떤 특정인이나 단체의 지시 또는 강압에 따라 방송한 일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는 새벽에 나온 만큼 질문지에 포함돼 있었다는 해명이다. 그동안 뉴스쇼가 정치 관련 여론조사를 여느 방송보다 신속하게 반영해 왔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준석이 말하니 방송에서 다뤄지더라’라는 정도로는 유착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만큼 ‘언론유착’이라는 건 무거운 말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단순히 ‘언론유착은 아님’이라는 결론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뉴스쇼 자체적인 점검은 필요하다. ‘이준석을 과하게 띄운다’라는 말이 돌고 있는 건 제작진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집결했던 국회의원들이 있었다. 국민도 애타게 상황을 지켜봤다. 다음 날, 뉴스쇼에서 마이크를 준 정치인은 누구였나. 국회 밖에서 “걸어 들어가겠다”라며 카메라 세례를 받던 이준석 의원이었다.


이준석 의원은 누구보다 언론을 활용할 줄 아는 정치인이다. 본인이 어떻게 노출되어야 할지 계산하고 언론이 좋아할 말들을 던진다. 그건 거꾸로 언론사들이 그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착’까지는 아니더라도 ‘편애’ 혹은 ‘편향’은 존재해 왔다. 비단 뉴스쇼만의 일도 아니다. 최근 이준석 의원은 ‘교내 민주적 운영’을 요구하는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해 토론하자며 ‘방송사에 제안해 보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자만감을 심어준 건 언론이다.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인권의 문제를 찬반의 영역으로 왜곡하고 이를 발판 삼아 스타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맞장구쳐준 언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언론은 화제성을 얻어갔다고 치자. 하지만 그 피해는 누가 보게 되는 건가.


문제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론과 취재원의 거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사에서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라. 똑같은 사람들이 시간만 바꿔 출연 중이다. 알고리즘에 따라 조회수를 높여줄 출연자들이 선별되고, 구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기 위한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오간다. 경계도 무너졌다. 정치평론가들은 본인이 가진 인맥을 활용해 내밀한 정보를 가져온다. 그리고 언론사는 그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자사 유튜브에서 터뜨려주길 기대한다. 정보의 팩트는 중요치 않다. 유튜브니까 괜찮다고 보는 걸까. 거기에 얼마만큼의 저널리즘 고민이 담겨 있을까.
이런 미디어 환경은 정치인들의 이미지 정치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기 쉽다. 정치인들한테 ‘본인 부고가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든 언론에 노출되는 게 좋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번 사건은 그런 점에서 취재원과의 거리두기에 실패한 언론이 만든 파동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언론은 유착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면, 거기에도 원인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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