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보다 더한 '괘씸죄' 심판... 스물다섯 젊음이 스러졌다

배우 김새론 죽음 내몬 원인으로 악플·황색언론 등 지적
사생활 캐던 유튜브 영상 지워도 '받아쓴' 기사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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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나이로 세상을 떠난 배우 김새론. 음주 운전 후 세상을 등지기까지 약 1000일 동안 그를 옥죈 건 무엇이었을까. /공동취재단

배우 김새론이 스물다섯 나이로 세상을 뜬 지 1주일이 지났다. 아홉 살 어린 나이에 영화 <아저씨>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이며 촉망받던 이 배우는 3년 전 음주 운전으로 돌이키지 못할 잘못을 저질렀고, 그 대가로 법원이 내린 벌금형보다 더한 여론재판에 3년 내내 시달리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김새론 배우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악플’과 ‘황색언론’을 탓하는 기사와 댓글 등이 쏟아졌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는데 사망 원인이 일찌감치 특정된 셈이다. 그만큼 고인을 향한 비난 수위가 위험한 수준이었음을 언론도, 여론도 모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 수위는 어느 정도였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네이버 뉴스 ‘언론사 편집판’ 구독자 수 200만 이상인 49개 언론사와 뉴스스탠드 스포츠/연예에 오른 24개 언론사를 살펴봤다. 고인이 음주 운전 사고를 낸 2022년 5월18일부터 사망 이전까지 나온 보도는 3881건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분석한 김새론 배우 관련 기사들. /민언련

단연 연예매체에서 많은 보도를 쏟아냈는데, “SNS 활동을 하거나 복귀를 시도하면 날 선 기사가 쏟아졌고, ‘거짓자숙’ 비난 여론은 악성댓글로 이어졌다”고 민언련은 지적했다. ‘생활고 코스프레’, ‘뻔뻔함’, ‘괘씸죄’, ‘기행쇼’… 생전 고인에 관한 기사 제목에서 자주 등장한 표현들이다. 음주 운전이라는 명백한 범죄 행위와는 별개로 그의 언행, 사생활 하나하나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런 일이 약 1000일 동안 이어졌다.

고인에 관한 각종 사생활 의혹을 제기해 온 유튜버 ‘뒤통령’(이진호)은 고인의 사망 이후 비난 여론이 일자 관련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그가 방송에서 제기한 여러 ‘논란’을 받아썼던 기사들은 아직 남아 있다. 민언련은 “유튜버의 추측성 발언을 받아쓰며 논란을 증폭하고, 자극적이며 과장된 제목으로 클릭수를 노렸던 언론이야말로 김새론 씨 사망에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자살 예방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조교수는 김새론 배우 사망 뒤 페이스북에서 “한 사람의 죽음은 사회경제, 심리,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도 “다만, 이번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죽음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김새론 배우의 일거수일투족이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네이버 뉴스 갈무리

그렇게 벼랑 끝에 섰던 다른 이름들이 있었다.

<찬란했던 설리의 안타까운 비보…도 넘은 악플·언론>(노컷뉴스)
<‘악성 댓글’ 폐해와 대응 필요성 일깨운 설리의 비극>(연합뉴스)
<‘그알’ 故설리 죽음 재조명, 적반하장 악플러 인터뷰→황색언론…“공론화돼야”>(마이데일리)

2019년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죽음에 언론이 내놓은 진단과 자성의 목소리였다. 2023년 말 이선균 배우가 사망한 뒤엔 유명 배우와 감독 등 문화예술인들이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의 ‘인격살인’ 보도를 비판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었고, 또다시 아까운 생명을 떠나보낸 뒤 ‘우리’는 금세 또 잊힐 부고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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