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학교' 만들기, 언론이 방향타 되어주길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가장 믿고 따라야 할 교사가 어린 학생의 생명을 빼앗은 참극에 비통함과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가해 교사는 현장에서 검거됐지만, 범행 후 자해를 시도한 탓에 응급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느라 경찰의 대면조사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속히 안정을 회복해 범행 동기 등 전모는 물론 교육 당국과 학교의 관리 문제 등은 없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지기를 바란다. 아무 잘못 없는 어린 생명이 어른의 손에 희생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겠지만, 다름 아닌 학교가 그런 비극의 현장이 되어선 더더욱 안 된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하고 또 하지 말아야 하는지, 교육 현장만이 아닌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한다. “제2의 하늘이가 나와선 안 된다”는 부친의 절절한 호소는 우리 모두의 다짐이자 약속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건 발생 후 1주일간 벌어진 논란과 논의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과연 옳은 방향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우려와 의구심도 든다. 사건 발생 다음 날 경찰은 가해 교사가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해 말 질병 휴직을 신청했다 조기 복직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이런 사실을 보도하며 교사의 우울증 병력을 부각했고,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가 어떻게 교단에 설 수 있느냐’며 분개한 여론을 전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교육 당국에서도 ‘정신질환’에 초점을 맞춘 반응이 나왔다. ‘우울증=정신질환=위험하다’는 인식이 재확산하고, 그런 “문제의 소지”를 지닌 교사를 “즉각 분리”하는 입법과 대책에 힘이 실렸다. 교육부는 “정신질환 등으로 정상적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 휴직 등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가칭)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지적한 것처럼 가해 교사의 병력은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나 본질이 아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범행을 저질렀으니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단편적인 논리로는 필요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12일 입장문에서 “가해자의 특정 진단명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면서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편견만 가중시킬 뿐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지난해 11월 제정한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은 “수사 과정에서 정신질환 병력이 확인되었어도,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지기 전에 이를 암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특히 “기사 제목에 정신질환 관련 언급을 지양”해야 한다. 진단명을 부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은 강화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정신건강 문제를 음지화하여 적절한 치료나 지원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낙인효과’ 등 우려에 ‘하늘이법’ 졸속 입법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여당도 17일 당정협의회에서 “이번 사건의 대책은 신속한 만큼이나 방향성과 세밀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조교수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며 “여러분의 글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학생은 물론 교사와 교직원 모두가 ‘안전한 학교’, 배제와 낙인이 아닌 치유와 회복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언론이 올바른 방향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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