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사태 관련 보도와 따옴표 저널리즘의 문제

[언론 다시보기]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내란 사태 이후 언론의 속보 경쟁과 따옴표 저널리즘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옴표 저널리즘, 즉 인물의 말을 따옴표 안으로 넣어 단순히 전달하기만 하는 보도들은 객관성을 가장하지만 사실상 저널리즘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제목에서의 인용 보도가 갖는 문제들이 논의되어 왔는데, 지난 두 달여간 수많은 기사 제목이 ‘특정 인물, “말한 내용”’으로 제시된 상황은 기존의 따옴표 저널리즘이 비판해 온 문제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신문·방송 모니터 결과로 이러한 관행이 특정 언론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특히 이번 내란 사태가 단순히 양측 주장을 병렬시키는 진실 게임 이슈로 이해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주제를 보도하는 저널리즘에 대한 진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들이 뉴스를 보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제목의 인용 보도 문제는 과거부터 논의되었던 바, 객관성을 가장하는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따옴표 저널리즘에 대한 여러 선행연구들은 통상 보수성향 신문이 제목에 따옴표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문장들이 주로 채택되면서 갈등을 심화한다는 점, 그리고 사실상 따옴표에 인용된 내용이 정말로 직접 인용이라기보다는 언론사의 입장에 따른 요약과 특정한 정향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 등을 비판해 왔다. 포털 서비스 혹은 SNS를 통해 뉴스를 보는 독자들이 뉴스를 제목만 읽게 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해당 따옴표 뉴스들은 그 자체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만들어주게 된다. 따옴표가 현실 자체를 규정하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사례를 통해 보아왔다. 당장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가 학생의 교육권과 대학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것이라는 인식보다는 “54억 피해”만 강조되었고 대학 외부에서 비판적 목소리를 더하는 것은 “젠더 갈등 대상 삼지 말라”는 대학측 목소리만 힘을 얻은 경우가 있다. 내란 사태에 대한 뉴스의 경우라면, 헌법재판소에서의 변론 내용을 속보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헌법을 위반한 문제의 심각성이 희석되는 효과를 갖게 된다. 한 사안을 둘러싼 시각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처럼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확증 편향을 갖기 쉬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필터 버블, 즉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취하게 되는 상황은 극우 유튜브와 음모론에 심취하면서 대안 현실을 구성하여 진실성의 의미 그 자체를 위협하게 된 작금의 현실에서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필터 버블에서 문제는 유사한 정보만이 지속적으로 전달되는 것뿐 아니라, 반론과 이견들이 제공되더라도 그것이 그저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재료로 활용될 뿐이라는 점에 있다. 이는 실제로 포털 뉴스 이용자들이 댓글을 활용해 자신의 신념과 다른 기사를 거짓이라고 매도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류 미디어들이 기본적인 사실 확인 없이 해당 주장들을 단순히 전달할 때 발생할 부작용은 너무나 명확하다. 경쟁하는 사실, 의견의 대립을 중립적으로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신념 편향을 유도하게 되고, 허위 정보에 대한 사실 판단,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숙고를 어렵게 한다. 언론사가 이러한 따옴표 제목을 활용하는 이유엔 이렇게 댓글을 유도하면서 조회수를 늘리려는 전략적 판단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회수 우선 전략은 사회 공론장을 해치는 것은 물론 기자에 대한 모욕을 상시적으로 생산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셈이라 언론사 조직원들의 정신 건강 역시 해치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의 회복을 위해 이 시기 우리 언론이 책무를 다했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사실 확인을 기반으로 하는 기사를 생산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편향된 신념 구조에만 편승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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