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91) 그림자가 말해주는 것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기차역 플랫폼에 두 개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남자와 여자는 나란히 걸으면서도 각자의 휴대전화 화면을 응시할 뿐. 대화는 없고, 표정도 보이지 않는다. 여행은 설렘과 자유의 상징이라지만, 이들에게는 그저 일상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그림자는 때로 본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빛이 있어야 존재하지만, 정작 더 진실할 때가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대화가 없어도 우리는 느낀다. 각자의 화면 속 세상에 몰입한 모습은 여행지의 풍경보다 SNS 속 사진이 더 중요한 시대의 단면을 본다.


결국 이 그림자도, 이 순간도 곧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남는 건 무엇일까? 또 하나의 사진? 남들과 비교할 여행 기록? 아니면 그저,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는 또 다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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