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도검열관실 복원' 모든 언론 단결된 힘 필요하다

정용화 광주전남언론인회 보도검열관실 복원 추진위원장(제27대 광주전남지부장)

광주전남언론인회 김성 회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회원들이 26일 오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980년 당시 전남도청에 설치됐던 보도검열관실 원형 복원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의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 전체가 정치·경제·사회적인 측면에서 45년 전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계엄’하면 뒤따르는 것이 ‘보도검열’이다. 짧은 2시간30분 동안이나마 ‘공포의 시대’가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닌가 불안에 떨었다. 우리 언론 종사자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1980년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 있었던 보도검열관실을 복원하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1979년 10·26 이후 1981년 1월 24일 계엄령이 해제될 때까지 전남도청에는 ‘계엄사령부 전남·북계엄분소 보도검열단’(통칭 보도검열관실)이라는 군사시설이 설치돼 광주·전남지역 신문·방송·잡지 등 모든 매체들을 검열하였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무자비한 검열 때문에 광주의 신문과 방송은 1980년 5월18일부터 있는 계엄군의 잔인한 진압과 연행, 21일의 집단 발포를 단 한 줄도 보도하지 못하고 ‘조용한 광주’만 내보냈다. 시민들은 신문사와 방송사를 “불태우겠다”고 흥분했고, 끝내는 광주MBC 전소, 광주KBS 반소, 전남일보 정문 셔터 파손 등 피해를 입게 됐다. 어떻게 보면 5·18광주민중항쟁은 계엄군의 과잉 진압과 왜곡 보도한 언론에 흥분한 시민들에 의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광주의 언론은 45년간 ‘치욕’과 ‘역사적 회한’ 속에 살아왔다.

옛 전남도청은 아시아문화전당을 조성하면서 1980년 당시의 모습을 많이 훼손했다. 하여 오월단체와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이 ‘피로 물든 5·18광주민중항쟁의 현장을 복원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투쟁에 나선 끝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옛 전남도청원형복원추진단’을 조직하고 복원에 들어가게 됐다.

은퇴한 기자들의 단체인 우리 광주·전남언론인회는 보도검열관실도 중요한 역사적 현장이므로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일이 쉽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문체부측은 처음에는 공간을 복원할 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언론인회는 당시 신문 대장과 방송원고를 가지고 검열관실을 드나들었던 젊은 기자 8명이 작성한 진술서와 약도, ‘보도검토필’ 도장이 찍힌 방송원고, 삭제 표시된 대장 등을 제출하였다. 여기에 대해서 응답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검열관실이 있었던 공간이 통로로 바뀌어 현장에서 사라졌으므로 원형 복원을 못 하겠고, 다른 공간에 삭제된 신문 기사를 전시하겠다는 것이었다.

박태훈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전시콘텐츠팀장이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옛전남도청 복원 전시콘텐츠 관련 소통회의에 참여해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는 문체부측의 의도가 보도검열관실 존재를 은폐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다음 6개 항을 내걸고 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 ①보도검열관실을 본관의 5·18 관련 시설과 마찬가지로 같은 수준의 복원을 촉구한다 ②별관 1층과 2층에 만들 계획인 ‘통로’를 없애 ‘복원’이라는 대명제에 맡게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③전국 어느 곳에도 보도검열을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 없으므로 별관 2층 전체를 전국 언론사들의 보도검열 자료를 모아 전시하는 공간으로 재배치하라 ④문체부측은 보도검열과 관련된 자료를 조사·수집할 수 있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⑤문체부 장관은 ‘복원추진단’이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역사적 진실 찾기에 소홀히 해온 관계자들을 전원 교체하라 ⑥문체부측은 기초조사 부실은 물론 참신한 콘텐츠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용역회사를 즉각 교체하라.

보도검열은 총을 쏘지 않았을 뿐이지 군사적 위력으로 사실 보도와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막고,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가장 강제적이고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이다. 우리가 남영동 고문실과 아우슈비츠수용소를 보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잔인성을 체감하기 위해서이다. 사진이나 그림만으로 설명되지 않은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 있어서 보도검열관실은 아우슈비츠수용소이다. 1980년 짧은 기간 동안 1만1000건의 기사가 삭제됐고(서울지역만의 통계), 800명의 언론인이 해직됐다. 그런데 그 ‘현장’의 복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12·3 내란사태의 동조자이거나 민주주의 역사를 은폐하려는 의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 이상 ‘보도검열’ 세상이 오지 않도록 하려면 ‘보도검열관실’을 복원하여 국민에게 그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각 지역 기자협회, 언론 관련 단체들이 일치단결하여 기필코 달성해야 한다.

언론이 이런 ‘과거의 반성’에도 힘을 합치지 못한다면 국민은 한국 언론의 미래에 대해 기대를 접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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